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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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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인물을 조종하는가, 인물이 작가를 이끄는가?

​많은 작가들이 '어느 순간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해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작가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각일까요, 아니면 서사 구조가 갖는 필연적인 인과율의 힘일까요? 만약 작가의 의도를 벗어난 캐릭터가 승리한다면, 그 작품의 진짜 주인은 누구라고 보아야 할까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남찬우 전문가입니다.

    작가가 캐릭터의 독립성을 느끼는 현상은 창작의 영역에서 매우 신비롭고도 논쟁적인 지점입니다. 이것을 심리학과 서사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어느 한쪽이라기보다 '내면화된 논리와 무의식의 협업'에 가깝습니다.

    작가가 캐릭터를 설정할 때 부여한 성격, 과거, 가치관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 캐릭터는 일종의 '행동 알고리즘'을 갖게 됩니다. 특정 상황에서 캐릭터가 내릴 결정이 작가의 머릿속에 너무나 명확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작가가 억지로 다른 길을 가려 하면 서사적 개연성이 무너지며 저항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즉, 논리적 필연성이 작가의 의식적 통제를 앞지르는 순간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이중 처리 과정'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의식적 자아가 줄거리를 짜는 동안, 무의식은 이미 캐릭터의 감정과 반응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합니다. 이때 작가는 마치 외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착각(Illusion of Independent Agency)을 하게 되는데, 이는 환각이라기보다 고도의 몰입 상태에서 일어나는 두뇌의 효율적인 병렬 처리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벗어난 캐릭터가 서사를 장악하고 결말을 바꾼다면, 그 작품의 '주인'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돌발 행동조차 결국 작가가 축적한 경험과 내면의 파편들이 조합된 결과물입니다. 캐릭터는 작가가 심은 씨앗에서 자라난 나무와 같으므로, 그 나무가 예상보다 크게 자라 집을 뒤덮더라도 근원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많은 창작자는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나 독립적인 생명력을 얻는다고 믿습니다. 캐릭터가 작가의 의도를 이겼다는 것은, 그 이야기가 자기완결성을 갖췄다는 증거입니다. 이때 작품은 작가의 도구가 아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하나의 '세계'가 되며, 그 세계의 주인은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력(캐릭터와 서사 그 자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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