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종때 대표적 향가인 보현십원가에 대해 알려주세요.
고려 전기에 광종때부터 실시한 과거제와 함께 한문학이 크게 발달하였고 삼국시대 이래의 향가도 맥을 이어왔다고 하는데요. 광종때 보현십원가가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던데 작품 내용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최은서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1. 예경제불가- 모든 부처님을 예배하고 공경하는 노래
2. 칭찬여래가- 바다와 같은 여래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
3. 광수공양가- 널리 공양의 공덕을 찬양하며 특히 법공양의 중요성을 찬양하는 노래
4. 참회업장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노래
5. 수희공덕가- 남이 선행을 행하는 바를 기뻐하는 노래
6. 청전법륜가- 해탈한 자가 부처님의 감화가 뭇중생들에게 내려지기를 바라는 노래
7. 청불주세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노래
8. 상수불학가-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겠다는 노래
9. 항순중생가- 언제나 중생을 따르겠다는 노래
10. 보개회향가- 모두 다 중생에게 돌린다는 노래
11. 총결무진가 - 끝없이 하리라로 끝맺는 노래
안녕하세요. 이주연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고려 초 균여(均如)가 지은 11수의 십구체(十句體) 향가.
고려 초 균여(均如:923∼973)가 지은 11수의 십구체(十句體) 향가. 《보현십종원왕가(普賢十種願往歌)》 또는 《원왕가(願往歌)》라고도 한다. 이 향가는 균여가 불교의 대중화를 위하여 《화엄경》의 보현십행원(普賢十行願)의 하나하나에 향가 한 수씩을 짓고, 11장은 그 결론으로 된 사뇌가(詞腦歌)이다. 고려 제4대 광종 연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경남 합천(陜川) 해인사 장판(藏版)으로 전하는 《균여전》에 향찰(鄕札)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14수와 함께 현재까지 발견된 향가의 전부이며, 고려시대 향가의 연구와 해독(解讀)에 소중한 자료가 된다. 11수의 제목은 <예경제불가(禮敬諸佛歌)> <칭찬여래가(稱讚如來歌)> <광수공양가(廣修供養歌)> <참회업장가(懺悔業障歌)> <수희공덕가(隨喜功德歌)> <청전법륜가(請轉法輪歌)> <청불주세가(請佛住世歌)> <상수불학가(常隨佛學歌)> <항순중생가(恒順衆生歌)> <보개회향가(普皆廻向歌)> <총결무진가(總結无盡歌)> 등
'화엄경' 제 40 권의 <보현행원품>의 내용을 노래로 표현한 작품이다. 즉, 한문 경전을 읽을 수 없는 일반 백성들에게 향가의 형식으로 쉽게 알려주어 불교의 대중화를 위하여 만든 것이다. 제목 모두 화엄경에서 따왔으며, <華嚴經>의 보현십행원普賢十行願의 하나하나에 향가 한 수씩을 짓고, 11장에는 그 결론을 담아 종결하였다.
* 예경제불가 : 여러 부처들에게 두루 절하자는 노래
* 칭찬여래가 : 여래(=부처)를 칭송하고 찬양하자는 노래
* 광수공덕가 : 부처 공양하는 공덕을 널리 닦자는 노래
* 참회업장가 : 업장(스스로 전생과 현생에서 지은 인연이 업이 되어 만드는 장애)을 참회하는 노래
* 수희공덕가 : 다른 사람이 공덕 닦는 것을 기뻐하자는 노래
* 청전법륜가 : 불법의 바퀴(법륜)을 굴려서 설법해주기를 부처에게 청하자는 노래
* 청불주세가 : 부처가 항상 세상에 머물기 바라자는 노래
* 상수학불가 : 항상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자는 노래
* 항순중생가 : 항상 중생의 뜻을 따르자는 노래
* 보개회향가 : 스스로 닦은 공덕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자는 노래
* 총결무진가 : 두어서 끝없는 사연을 마무리하는 노래
1. 예경제불가
마음의 붓으로
그린 부처님 앞에
절하옵는 이 내 몸아
법계의 끝까지 이르러라
티끌마다 부처님의 절이요
절마다 모시옵는
법계에 가득찬 부처님
구세 다하도록 절하고 싶어라
아 몸과 말과 뜻에 싫은 생각 없이
이에 부지런히 사무치리.
2. 칭찬여래가
오늘 모든 무리가
「나무불」이라 부르는 혀에
끝없는 변재의 바다가
한 생각 안에 솟아나누나
속세의 허망함이 모시는
공덕의 몸을 다하겠기에
끝없는 덕의 바다를
부처로써 기리고지고
아 비록 한 터럭만큼도
부처님의 덕은 사뢸 수 없어라.
3. 광수공양가
부젓가락을 잡고
부처님 앞의 등잔을 고치려 들면
심지는 수미산이요
기름은 큰 바다를 이루는구나
손은 법계가 다하도록 합장하며
손에손에 불법의 공양거리로
법계에 가득 차신 부처님께
부처님마다 한결같이 이바지하고 싶으니
아 공양이야 많으나
이것이 가장 좋은 공양이로다.
4. 참회업장가
넘어져
보리를 향함이 어지러우매
지은 죄업은
법계나마 나옵니다.
모진 버릇에 떨어진 삼업은
계행을 지키고서
오늘 무리의 주저없는 참회를
시방세계의 부처님은 아옵소서
아 중생계가 다하고 나의 참회도 다하여
내세에는 길이 악업을 짓지 않으리라.
6. 청전법륜가
저 넓은
법계 안의 부처님 회상에
나는 또 나아가서
법의 비를 빌었더라
무명의 흙 깊이 묻고
번뇌의 열로 달여냄에 의해
착한 싹을 못 기르는
중생의 밭을 적셔주심이여
아 보리의 열매가 온전한
마음 달이 밝은 가을 밭이여.
8. 상수불학가
우리 부처님께서
사시던 세상을 닦으려 하시던
난행과 고행의 원을
나는 기꺼이 좇으리라
몸은 부서져 티끌이 되어가는 것이니
목숨을 버릴 사이에도
그같이 함을 배우리
모든 부처님도 그같이 하신 분이로다
아 불도를 향한 마음아
다른 길로 빗겨 가지 않도록 조심하라.
9. 항순중생가
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뿌리로 삼으신 분이라
대비의 물로 적셔주시니
시들지 아니하옵더라
법계에 가득히 굼실굼실 하는
나도 부처님과 함께 살고 함께 죽으니
생각생각 끊임 없이
부처님이 하듯이 중생을 공경하리라
아 중생이 편안하다면
부처님께서도 기뻐하시리로다.
10. 보회향가
내가 닦은
일체의 선을 돌이켜서
중생의 바다 안에
헤매는 무리들 없도록 알리고 싶어라
부처의 바다가 이룩되는 날에는
참회하고 있는 모진 업도
법성의 집 보배라고
예로부터 그렇게 이르셨도다
아 예배드리는 부처님도
내 몸이어니 그 무슨 남이 있을까.
11. 총결무진가
중생의 세상이 다하면
내 소원도 다할 날 있으련가
중생을 일깨움이
끝없는 내 소원인가
이다지 큰 원 세우고 이렇게 나아가니
향하는 대로가 착한 길이로다
보현보살 행원이
또한 부처님의 일이어라
아 보현의 마음을 알게 되니
이로부터 딴 일은 버리고 싶네.안녕하세요. 정준영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고려 광종 연간에 균여(均如)가 지은 향가. 보현십종원왕가(普賢十種願往歌)·원왕가(願往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왕가(願王歌)’만이 ≪균여전≫의 문헌 명칭이고, 나머지는 ≪균여전≫의 ‘보현십종원왕에 의거하여 노래 11장을 지었다(依普賢十種願王 著歌十一章)’는 기록에 의한 후대의 명명이다.
작품은 고려대장경 보판(補板) ≪석화엄교분기원통초 釋華嚴敎分記圓通抄≫ 권10 끝에 부록으로 실린 <대화엄수좌원통양중대사균여전병서 大華嚴首座圓通兩重大師均如傳並序>의 제7 가행화세분(歌行化世分)에 향찰로 표기되어 전한다.
창작연대는 963∼967년 사이로 여러 설이 있다. 균여는 ≪균여전≫에 인용된 글에서 ≪화엄경≫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의 어려운 종취(宗趣)를 향가를 빌려 중생을 교화하고자 한다고 창작동기를 밝히고 있다. 전체 11수로 되어 있으며, 각 수 모두가 11분절로 띄어져 있다. 10구체로 보는 것이 통설이나, 그 띄어쓰기를 존중하여 11구체라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형식상 매우 정연한 형태를 보여 주고 있는데, 제1구는 매우 짧으며, 제9구 앞에는 감탄사를 수반하는 것이 특성이다. 각 작품 모두가 의미단위로는 세 단락이다. 이들 세 단락을 이루는 구수(句數)는 4구 또는 2구이며, 작품은 4·4·2의 구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 4·4·2의 3단위는 ≪균여전≫에서 <원왕가> 또는 향가의 형식을 말해 주는 3구육명(三句六名)의 3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며, 6명의 해석에는 서로 다른 견해들이 있지만, 3구6명의 구와 명은 불경에서 이야기하는 명구문(名句文)의 명과 구라는 데는 거의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체재는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기초하여, 그 10행원의 순서를 그대로 하고, 제목은 ‘○○○○품’을 ‘○○○○가’로 고치고 그 밖의 다른 글자는 거의 그대로 쓰면서 10수의 향가를 창작한 다음에, <총결무진가 總結无盡歌>를 더하여, 전체 11수로 짜고 있다.
전체 내용은 보현보살이 제시한 열 가지 원을 작자 스스로 행하고자 다짐하는 것이다. <보현십원가>의 각 작품별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예경제불가 禮敬諸佛歌>는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겠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 내용들은 작품별 유형으로 보면, <예경제불가>·<칭찬여래가>·<광수공양가>·<참회업장가>·<수희공덕가> 등이 속하는 바람(1)↔바람(2)→맹서의 유형, <청전법륜가>이 내용들은 작품별 유형으로 보면, <예경제불가><칭찬여래가><광수공양가><참회업장가><수희공덕가> 등이 속하는 바람(1)↔바람(2)→맹서의 유형, <청전법륜가>·<청불주세가> 등이 속하는 맹서→바람(1)↔바람(2)의 유형, <상수불학가>·<항순중생가>·<보개회향가> 등이 속하는 바람→맹서(1)↔맹서(2)의 유형, <총결무진가>가 속하는 (바람→)맹서(1)→(바람→)맹서(2)→(바람→)맹서(3)의 유형 등으로 나뉜다.
불교가요로 사뇌가 형식의 정착에 기여하고 있으며, 향가의 전성기를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표기상 한자어가 많이 보이는데, 언어의 표기에서 의미를 나타내는 어근과 어간에는 한문을 주로 쓰고,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어미에는 향찰을 주로 쓰고 있다.
이 노래는 병든 자가 암송하여 병이 나았고, 사람들의 입으로 전파되어 담벼락에 종종 쓰였다는 ≪균여전≫의 기록으로 보아 주력과 신이한 영험을 지녔던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작품의 내용은 ≪보현행원품≫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었으나, 상당히 많은 측면에서 그 내용을 하향적으로 변개하여 조절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즉 ,≪보현행원품≫에서 발화자는 보현보살이고, 청자는 상근기(上根機)에 속하고 의근(意根)과 신근(信根) 등의 오근(五根)이 발달한 자인데, 이를 <원왕가>에서는 발화자는 균여로, 청자는 하근기(下根機)에 속하고, 낙근(樂根)·희근(喜根)·고근(苦根) 등의 오수(五受)가 발달한 자로 각각 바꾸었다. ≪보현행원품≫은 체내방편(體內方便)을 이용하는데, <원왕가>는 체외방편(體外方便)으로 바꾸었으며, ≪보현행원품≫의 원의 대상, 서원자의 위치, 서원 행위 등을 모두 <원왕가>에서는 하향조절을 하였다.
균여와 같은 시대 사람이며 그의 <원왕가>를 한문으로 번역한 최행귀(崔行歸)는 균여의 향가를 중국의 사부(詞賦)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평가하였다. 송나라의 군신들에게까지 전파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그들은 균여를 일컬어 “진실로 한 부처가 세상에 오신 것(眞一佛出世)”이라고 칭송하였다고 한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