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상진 한의사입니다.
거금을 들여 큰 결심을 하셨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수면에 변화가 없어 마음이 무척 답답하고 조바심이 나실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양약마저 부작용으로 드시지 못하고 몸은 자꾸 말라가니 일상생활을 버텨내기가 얼마나 고되고 힘드실지 깊이 공감합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불면으로 고생하셨다면 이는 단순히 밤에 잠을 못 자는 문제를 넘어 오랫동안 몸의 전반적인 균형과 기혈이 크게 무너져 있는 상태로 보아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잠을 잘 자려면 몸의 음기(陰氣)가 충만하여 낮 동안 활발했던 양기(陽氣)를 밤에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오랜 불면과 체중 감소가 동반된 경우, 몸속의 진액과 음혈이 바짝 마른 음허(陰虛)상태이거나 심장과 비장의 기능이 극도로 약해져 정신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심비양허(心脾兩虛)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깊고 오래된 불면증은 마치 가뭄이 심하게 든 논바닥에 물을 대는 것과 같아서, 한 달 정도 약을 먹었다고 해서 곧바로 논바닥이 촉촉해져 잠이 쏟아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메마른 몸에 음혈을 채우고 소화 기능을 회복하여 약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기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불면증 환자분들이 한약을 복용할 때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다가 몸의 기혈이 차오르는 2~3개월 차부터 서서히 깊은 잠을 자기 시작하고 몸무게도 회복되면서 일상을 되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복용 중이신 한약은 양약처럼 뇌를 강제로 억제해 잠을 재우는 약이 아니라, 잠을 잘 수 있는 몸의 환경을 스스로 만들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현재 한 달째 변화가 없어 불안하시겠지만 복용 중인 한의원의 원장님과 지금의 상태, 즉 잠의 양상이나 소화 상태, 체중 변화 등을 상세히 공유하며 소통해 보시길 권합니다. 환자분의 몸 상태에 맞춰 처방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하며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신다면 분명히 몸이 회복되면서 편안한 잠을 주무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지치지 마시고 힘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