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에서 하복부 통증과 미열이 함께 나타난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골반염(PID, Pelvic Inflammatory Disease)입니다. 배란통이라 생각하셨을 수 있는데, 배란통은 열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미열이 같이 있다는 점에서 이미 단순 배란통과는 다른 경로로 접근해야 합니다.
골반염은 질 내 세균이 상행하여 자궁, 난관, 난소, 골반 복막까지 염증을 일으키는 감염입니다. 초기에는 하복부 전반이 은은하게 불편하다가 한쪽으로 통증이 집중되거나 미열이 동반되는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질문자분의 증상 흐름이 이 패턴과 상당히 겹칩니다. 치료가 늦어지면 난관 손상이나 불임, 만성 골반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른쪽 골반 뒤쪽의 뻐근함이라는 위치를 감안하면 충수염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충수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오른쪽 하복부 전형 부위가 아닌 골반 뒤쪽이나 옆구리 방향으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부인과 문제와 임상적으로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미열이 함께 있다는 점이 이 가능성도 살려둡니다.
2, 3일 전에 30분가량 걷기 힘들 만큼 갑자기 심하게 아팠다가 나아진 에피소드는, 난소 낭종 파열 이후 자연 회복되는 경과와도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파열 후에도 복강 내 염증 반응이 지속되면서 미열과 골반통이 며칠씩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관계 가능성이 있으신 분이라면 자궁외임신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 월경일과 주기를 먼저 확인하시고, 임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는 응급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결론 대신 말씀드리면—지금 상태에서 오늘 중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만약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체온이 38도를 넘거나, 어지럼증·구역·구토가 동반된다면 그때는 응급실로 바로 가시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