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같은 탄소와 수소 사슬도 길이에 따라 전혀 다른 물질이 돼요. 탄소 8개 안팎이면 휘발유 같은 액체, 20~40개면 양초의 파라핀, 분자량 수만~수십만이면 비닐봉지와 물통의 폴리에틸렌이 되고, 수백만까지 늘리면 방탄복과 인공관절에 쓰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이 돼요.
성질을 가르는 건 사슬끼리 얼마나 엉키느냐예요. 사슬이 짧으면 서로 미끄러져 쉽게 빠지니 힘을 주면 부스러지는데, 일정 길이(임계 엉킴 분자량)를 넘어서면 삶은 스파게티처럼 서로 휘감겨 쉽게 풀리지 않아요. 이 지점을 지나면 인장 강도와 질긴 성질이 크게 올라가요. 그 뒤로는 강도 증가가 점점 둔해지고, 사슬 끝이 줄어드는 만큼 유리전이온도도 조금씩 올라 일정 값에 수렴해요.
대신 녹였을 때 끈적임이 급격히 늘어요. 엉킴 이상에서 용융 점도는 분자량의 약 3.4제곱에 비례해서, 분자량을 두 배로 늘리면 점도는 열 배 가까이 높아져요.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은 녹여도 거의 흐르지 않아 사출 대신 가루를 눌러 굳혀 만들어요. 실제 제품은 용도에 맞춰 분자량을 골라서, 섬유나 고강도 부품은 높은 분자량을, 빠르게 찍어내는 사출 제품은 잘 흐르는 중간 분자량을 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