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사면 싸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는데, 정확히는 싼 등급이 아직 남아 있으면 싸다가 맞습니다. 이걸 알면 가격이 오르내리는 게 훨씬 이해가 돼요.
항공사는 같은 이코노미 안에서도 좌석을 여러 요금 등급으로 쪼개서 팝니다. 앉는 자리는 똑같은데 가격표가 다른 칸이 여러 개 있는 셈이에요. 싼 칸부터 순서대로 팔리고, 그게 다 나가면 자동으로 다음 칸 가격이 화면에 뜹니다. 인기 노선은 두 달 전에도 싼 칸이 이미 동나 있고, 한산한 노선은 일주일 전에도 남아 있는 이유가 이겁니다.
가격을 정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입니다. 지난 몇 년치 예약 패턴과 지금 팔리는 속도, 경쟁사 요금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계속 조정해요. 예상보다 빨리 팔리면 올리고 더디면 내립니다. 어제 본 값이 오늘 다른 건 그래서예요.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면, 비행기 좌석이 시간이 지나면 그냥 사라지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빈자리의 가치는 영이 되고 재고를 다음 날로 넘길 수도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다 채우려고 하면서, 동시에 반드시 타야 하는 사람에게는 최대한 비싸게 받으려 합니다.
그 반드시 타야 하는 사람이 대개 출장객입니다. 날짜를 마음대로 못 바꾸니 값을 크게 따지지 않죠. 출발이 임박할수록 가격이 뛰는 건 이 수요를 노린 겁니다.
그래서 가격 곡선이 보통 유자 모양을 그립니다. 아주 이른 시점엔 조금 비싸다가, 중간에 내려가고, 출발이 다가오면 다시 솟구쳐요.
실전으로는 국제선은 두세 달 전, 국내선은 한 달 안팎이 대체로 저점입니다. 다만 명절이나 휴가철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기엔 싼 등급이 훨씬 빨리 소진되니 더 일찍 잡으셔야 하고요. 출발 요일은 화요일이나 수요일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흔한 오해 하나만 짚을게요. 여러 번 검색하면 쿠키 때문에 값이 오른다는 얘기가 있는데 근거가 약합니다. 그냥 그 사이에 싼 등급이 팔려나간 것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