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목록부터 짜기 쉬운데, 다룰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셨으니 기준을 바꾸시는 게 좋습니다. 제일 좋은 소리가 나는 장비가 아니라, 서툴러도 크게 망하지 않는 장비를 고르셔야 해요.
그 기준으로 보면 붐마이크는 뒤로 미루시길 권합니다. 샷건 마이크는 겨눈 방향의 소리만 크게 잡아서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대사가 훅 죽고, 붐대를 든 팔이 흔들리면 옷 스치는 소리까지 그대로 들어갑니다. 경험 없는 팀에서 사고가 제일 많이 나는 자리입니다.
대신 무선 핀마이크를 두 대 빌리세요. 옷깃에 달면 입과 마이크 사이 거리가 촬영 내내 일정해서, 조작이 서툴러도 결과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대사 위주의 단편이라면 초보 팀에게는 붐보다 이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연결은 카메라에 바로 꽂아 영상과 같이 녹음되게 하는 게 편합니다. 카메라에 헤드폰 단자가 없다면 작은 녹음기에 따로 담고, 매 컷 시작 전에 손뼉을 한 번 치세요. 편집할 때 그 소리의 파형을 기준으로 영상과 소리를 맞추면 됩니다.
사실 장비보다 현장 습관이 소리를 더 바꿉니다. 촬영 전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상태로 삼십 초쯤 그 공간의 소리를 따로 녹음해 두시고, 냉장고와 에어컨은 촬영 동안 꺼 두세요. 편집에서 잡음을 지울 때 이 삼십 초가 결정적으로 쓰입니다.
빌리실 때는 여분 배터리가 들어 있는지, 실외 촬영이면 바람막이 스펀지가 같이 오는지 확인하세요. 무선 두 대를 쓸 때 서로 채널이 겹치지 않는지도 미리 물어보시고, 카메라와 스마트폰은 단자 규격이 달라서 연결 젠더가 맞는지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장비 등급을 올리는 것보다 조용한 장소를 고르고 마이크를 입에 가깝게 붙이는 쪽이 소리를 훨씬 많이 바꿉니다. 저도 처음엔 장비 탓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촬영 장소가 문제였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