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처럼 삼십 년 된 본체를 굴리는 건 이 취미의 한쪽 극단이에요. 요즘은 실물을 그대로 쓰는 쪽과 요즘 기계로 재현하는 쪽으로 갈리고, 필수 장비도 그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니 본체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취미는 아닙니다.
실물을 쓰는 쪽에서 진짜 필수품은 의외로 컴퓨터가 아니라 화면입니다. 옛날 게임은 브라운관을 전제로 만들어져서 요즘 평면 화면에 꽂으면 그림이 뭉개지고 버튼 반응도 한 박자 늦어요. 그래서 브라운관을 구하거나 옛 신호를 요즘 화면에 맞게 바꿔 주는 업스케일러를 씁니다. 이게 본체보다 비싼 경우도 많습니다.
그다음이 저장장치예요. 삼십 년 된 하드디스크와 플로피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서, 요즘은 메모리카드를 옛 하드처럼 인식시키는 변환 장치를 끼웁니다. 콘솔 쪽은 카트리지 안 배터리 수명이 다해 세이브가 날아가니 배터리를 갈아 주고요.
컨트롤러도 빠지지 않습니다. 손맛이 이 취미의 절반이라 순정 패드나 조이스틱을 고집하는 분이 많고, 요즘 다시 만들어 파는 복각 패드를 쓰기도 합니다. 오래된 패드는 안쪽 고무가 삭아서 분해해 갈아 주는 것도 흔한 작업이에요.
재현하는 쪽은 훨씬 가볍습니다. 요즘 컴퓨터나 손바닥만 한 소형 기기에 에뮬레이터를 올리면 대부분 돌아가고, 화면 비율이나 주사선 느낌까지 흉내 내 줍니다. 다만 게임 파일은 정품을 갖고 계신 경우에만 쓰셔야 합니다.
중간 선택지도 있어요. 옛 기기를 회로 수준에서 다시 만든 복각 기기나 제조사가 정식으로 낸 미니 콘솔은 실물에 가까운 느낌을 주면서 관리가 훨씬 편합니다. 요즘 새로 입문하시는 분은 대개 이쪽부터 시작합니다.
정리하면 화면과 컨트롤러가 먼저고, 실물 본체는 마음이 커졌을 때 들이셔도 늦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소형 기기로 시작했다가 결국 브라운관을 하나 들여놨는데, 순서를 그렇게 잡으니 돈이 훨씬 덜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