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프랑스의 크로켓(Croquette)은 화이트소스(베샤멜 소스)에 고기나 채소를 버무려 튀긴 고급 요리였습니다.
메이지 시대(19세기 후반)에 이 요리가 일본에 처음 들어왔을 때, 당시 일본은 유제품(우유, 버터) 가공 기술이 부족하고 가격도 너무 비쌌습니다.
이에 일본 요리사들은 값비싼 화이트소스 대신, 구하기 쉽고 저렴한 '으깬 감자'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형했습니다. 이 현지화 덕분에 서민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가격이 형성되었습니다.
<동네 정육점의 신의 한 수>
일본 고로케 대중화의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동네 정육점'입니다.
1920년대 관동대지진 이후 긴자의 한 정육점에서 "고기를 손질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으깬 감자에 이 자투리 고기를 듬뿍 섞어 매장 앞에서 튀겨 팔기 시작했습니다.
질 좋은 고기 파편이 들어간 고로케는 저렴하면서도 고기 맛을 느낄 수 있어 엄청난 대히트를 쳤고, 이후 일본 전역의 정육점에서 고로케를 튀겨 파는 것이 필수 코스처럼 굳어졌습니다. 지금도 일본인들에게 '정육점 고로케'는 최고의 소울푸드입니다.
<집에서 튀김을 하지 않는 주거 문화>
일본의 가정집(특히 맨션이나 아파트)은 목조 구조가 많고 환기 시설 한계나 화재 위험 때문에 집에서 직접 기름을 많이 쓰는 튀김 요리를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퇴근길에 정육점, 반찬 가게, 슈퍼마켓에서 갓 튀겨낸 따끈한 고로케를 1~2개씩 사 와서 저녁 밥반찬으로 먹는 문화가 완벽하게 정착했습니다.
<간식이 아닌 '훌륭한 밥반찬'>
한국의 고로케는 밀가루 빵 반죽 안에 속을 넣지만, 일본 고로케는 감자 반죽 겉에 '빵가루'만 입혀 바삭하게 튀겨냅니다. 즉, 탄수화물 덩어리가 아니라 돈카츠 같은 튀김 요리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짭조름한 돈카츠 소스나 우스터소스를 뿌려 먹기 때문에, 탄수화물(감자)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쌀밥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요리'로 취급받습니다. 식당마다 '고로케 정식'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