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시절 음악이 '여성스럽고 세련되게' 느껴지는 이유
두 작곡가가 활동하던 18세기 초중반은 음악사에서 바로크 말기이자, 그다음 세대인 고전파(모차르트, 하이든)로 넘어가는 과도기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음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식 선율미의 지배>
바흐의 음악이 독일 특유의 엄격한 규칙, 복잡하고 지적인 다성음악(여러 멜로디가 얽히는 구조) 중심이었다면, 스카를라티와 헨델은 이탈리아 음악 양식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며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 오페라와 칸타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탈리아 음악의 핵심은 "귀에 쏙 박히는 감미롭고 우아한 멜로디(선율)"였습니다. 복잡한 계산식 같은 음악에서 벗어나, 사람의 목소리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선율을 중시하다 보니 현대 우리의 귀에는 훨씬 세련되고 부드럽게 들리는 것입니다.
<'갈랑 양식(Style Galant)'과 로코코 미학>
이 시기 유럽 예술계에는 무겁고 웅장한 스타일 대신 가볍고, 섬세하며, 장식적이고 우아한 '로코코(Rococo) 양식'이 유행했습니다. 이를 음악에서는 '갈랑 양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스카를라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왕실에 머물며 수백 곡의 건반(하프시코드) 소나타를 썼는데, 통통 튀는 불꽃놀이 같은 장식음과 애절하면서도 세련된 화성을 사용해 이 갈랑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헨델은 대중의 유행에 아주 민감한 상업 작곡가였습니다. 극장의 관객들이 어떤 음악에 감동하고 지갑을 여는지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을 가장 섬세하고 눈물겹게 자극하는 아리아(예: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2. 헨델은 왜 '음악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정말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부분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럽 사람들은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헨델이 살아생전 여성스럽거나 부드러운 음악을 주로 해서 붙은 별명도 아닙니다.
'음악의 어머니'는 근대 일본 교육계가 만든 마케팅용 별명입니다.
<별명의 진짜 유래>
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 음악을 흡수하던 근대 일본의 출판사와 교육계에서 학생들에게 작곡가들을 쉽게 외우게 하려고 짝을 지어 정해준 단어입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Bach)를 대위법의 기초를 닦은 거장이라 하여 '음악의 아버님'으로 먼저 추앙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같은 해(1685년)에 태어났고, 바흐만큼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또 다른 거장 헨델을 그냥 두기 아까웠던 것입니다. 대등한 짝을 맞춰주기 위해 '음악의 어머님'이라는 별명을 인위적으로 붙였습니다.
<실제 헨델의 성격과 음악 스타일>
이 억지 별명 때문에 헨델이 섬세하고 모성애 넘치는 성격이었을 거라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역사 속 헨델은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풍채와 성격: 헨델은 거구의 체구에 대단한 대식가였고, 성격이 불같이 급하고 다혈질이어서 연주가 마음에 안 들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마초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기도 했습니다.
음악의 스케일: 헨델의 대표작인 《메시아》의 '할렐루야' 합창이나 《왕궁의 불꽃놀이》, 《수상음악》을 들어보면, 어머니의 부드러움보다는 영국 왕실의 권위를 세워주는 웅장하고, 선이 굵으며, 폭발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대규모 음악이 주를 이룹니다.
즉, 스카를라티와 헨델이 보여준 세련미는 당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율미와 우아한 로코코 풍조(갈랑 양식)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물이며, 헨델의 '음악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은 음악적 성향과는 무관한 동아시아 교육계의 옛 잔재라고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