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나 DC 같은 미국 코믹스가 대문자를 주로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인쇄 기술의 한계 때문입니다.
20세기 초중반 만화책은 질이 낮은 갱지에 인쇄되었고 기술도 부족해 잉크가 번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때 소문자 e, a, c등은 번지면 모양이 비슷해져 가독성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대문자는 직선 위주의 뚜렷한 형태 덕분에 작은 말풍선 안에서도 훨씬 잘 읽혔습니다. 수작업으로 글씨를 쓰던 레터러들이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문자를 선호했던 측면도 있으며 이것이 수십 년간 전통으로 굳어지며 미국 만화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된 것입니다.
물론 소문자를 쓴 예외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마블의 얼티밋(Ultimate) 시리즈는 현대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일반 소설처럼 대소문자를 섞어 썼고 닐 게이먼의 샌드맨 같은 작품에서는 특정 캐릭터의 몽환적인 말투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문자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인쇄 기술이 좋아져서 작가의 예술적 선택에 따라 소문자를 쓰는 경우가 예전보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