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호진 전문가입니다.
이상의 작품이 유독 당대에 그토록 파격적이고 난해한 형태를 띠게 된 것은 당시 한반도의 특수한 시대적 배경의 결과물 입니다.
이상은 문과와 이과 양쪽 모두에 비상한 재능을 갖춘, 매우 보기 드문 인물이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했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사고방식과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어느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이상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냈을 겁니다.
그러나 1930년대는 서양의 현대적인 문물과 사상이 급격히 유입되던 과도기, 동시에 일제강점기라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이 온 사회를 짓누르던 참담한 시기였습니다.
혼란스럽고 암울한 시대는 이상과 같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인재에게 엄청난 절망과 고뇌를 안겨주었습니다. 억압된 식민지 현실 속에서 지식인으로서 그가 탈출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말 그대로 자신의 수명과 육체를 깎아가며 치열하게 내면의 심연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이상의 문학인 것입니다.
정상적인 언어나 논리적인 서사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세상 그자체가 억압하는 답답함 속에서 개인의 절망이 문학이라는 좁은 틈으로 강하게 분출된 결과, 그로 인해 좋게도 나쁘게도 가장 극단적이고 해체적인 형태의 작품들이 창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