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몇 년 동안 무선만 쓰다가 작년에 유선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이라 반가운 질문이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선 인이어는 값어치를 확실히 하는 가격 구간이 따로 있습니다.
먼저 하나만 짚고 갈게요. 유선 이어폰이 조용하게 느껴지는 건 노이즈 캔슬링이 아니라 귀를 막아서 생기는 차음입니다. 이어팁이 귓구멍을 물리적으로 틀어막아 주니까 주변 소리가 줄어드는 원리라, 전기로 소음을 상쇄하는 ANC와는 작동 방식이 아예 달라요. 지하철 웅웅거리는 저음은 ANC가 더 잘 잡고, 사람 목소리나 키보드 소리처럼 높은 대역은 오히려 차음이 더 잘 막아 줍니다. 그래서 유선 인이어는 이어팁이 내 귀에 맞느냐가 체감 성능의 절반 이상이에요. 저도 기본 실리콘팁으로는 헐렁해서 저음이 다 새다가 폼팁으로 바꾸고 나서 완전히 다른 이어폰이 됐습니다.
인이어 형태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로 차음이 되니까 볼륨을 덜 올려도 되고, 그게 곧 청력 보호로 이어집니다. 둘째로 드라이버가 고막 가까이 붙어서 저음이 새지 않으니 작은 유닛으로도 소리가 꽉 차게 들려요. 셋째로 배터리도 무선 코덱도 끼지 않으니 음원이 그대로 전달되고, 몇 년을 써도 배터리 수명 때문에 버릴 일이 없습니다.
값어치 부분은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가격이 올라갈수록 체감 차이는 확실히 줄어듭니다. 제 경험으로는 5만원에서 15만원 구간이 가장 남는 장사였고, 그 위로는 성능이라기보다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20만원대와 60만원대를 나란히 들어본 적이 있는데 분명 다르긴 한데 세 배만큼 다르지는 않더라고요.
브랜드는 입문이시라면 문드롭, 트루시어, 7Hz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5만원 안팎에서 가성비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조금 더 올려서 무난하게 오래 쓸 거라면 젠하이저 IE 200이나 파이널 E 시리즈도 좋고요. 다만 리뷰의 화려한 표현보다는 이어팁 사이즈가 내 귀에 맞는지, 케이블 교체가 되는 모델인지를 먼저 보시는 걸 권해드려요. 유선은 결국 단선으로 수명을 다하는데, 케이블만 갈아 끼우면 되는 모델은 훨씬 오래 갑니다.
마지막으로 무손실 감상을 노리신다면 요즘 스마트폰에 3.5mm 단자가 없다는 점을 꼭 챙기셔야 합니다. USB C 동글이 필요한데, 몇천원짜리 싸구려 동글은 출력이 부족해서 이어폰이 제 소리를 못 냅니다. 이어폰값의 10퍼센트 정도는 동글에 쓴다고 생각하시면 실패가 없어요. 저는 이걸 나중에 알아서, 좋은 이어폰을 사 놓고도 한동안 소리가 왜 이렇게 심심하지 하고 갸웃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