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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키위191
판다는 원래 고기를 소화하는 장을 가졌는데 왜 영양가도 없는 대나무만 씹어 먹을까요?
판다의 경우도 일반 곰처럼 고기를 소화할 수 있는 위장을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즉 육식을 즐길 수 있는 소화기간이 있음에도 왜 대나문 좋아하고 씹어먹는건가요
2개의 답변이 있어요!
질문이 정확합니다. 판다는 분류상 엄연히 식육목에 속하는 곰과 동물이고, 몸속은 지금도 육식동물 그대로입니다.
위는 방이 하나뿐인 단순한 구조이고, 장 길이는 몸길이의 네 배 정도밖에 안 됩니다. 소나 사슴 같은 진짜 초식동물이 열 배에서 스무 배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습니다. 게다가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대나무만 먹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갈래로 봅니다.
[첫째, 맛을 못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기의 감칠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가 판다에게는 망가져 있습니다. 수백만 년 전에 기능을 잃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판다에게 고기는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죠.
다만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게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논쟁이 있습니다. 맛을 못 느껴서 대나무로 옮겨간 게 아니라, 이미 대나무를 먹기 시작한 뒤에 쓸모없어진 유전자가 자연스럽게 퇴화했다는 쪽이 더 유력합니다.
[둘째,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대나무는 영양가가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아무도 먹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사냥감을 놓고는 표범이며 승냥이며 경쟁자가 넘쳐났습니다. 사냥은 실패할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습니다.
대나무는 도망가지 않고, 계절을 타지 않고, 서식지에 널려 있고, 경쟁자가 없습니다. 질은 최악이지만 양은 무한하고 독점이 가능한 자원이었던 겁니다.
진화는 가장 좋은 것을 고르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쪽으로 굴러갑니다. 판다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자리를 차지하는 길을 택한 겁니다.
[그럼 어떻게 버티느냐]
여기서부터가 정말 흥미롭습니다. 판다는 몸을 초식동물로 바꾸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적응했습니다.
1. 소화는 거의 포기했습니다.
먹은 대나무에서 실제로 뽑아내는 영양분은 20퍼센트 안팎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그대로 나옵니다. 그래서 하루에 수십 번씩 배변합니다.
장내 미생물이 섬유질 분해를 조금 돕긴 하지만 소나 흰개미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2. 대신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습니다.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을 먹는 데만 씁니다. 양으로는 10킬로그램을 훌쩍 넘고, 죽순 철에는 훨씬 더 먹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이 식사 시간인 셈입니다.
3.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아낍니다.
판다의 기초대사량은 같은 덩치의 다른 포유류에 한참 못 미칩니다. 갑상선 호르몬과 관련된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서 몸 자체가 저전력 모드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영역도 좁고, 겨울잠도 자지 않습니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있으니 잠들 필요가 없거든요.
4. 손에 가짜 엄지가 생겼습니다.
손목뼈 하나가 크게 발달해서 엄지처럼 작동합니다. 덕분에 대나무를 쥐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진짜 엄지가 아닌데 엄지 역할을 하게 된, 진화에서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사례입니다.
5. 머리 모양도 바뀌었습니다.
판다 얼굴이 유난히 둥글고 넓은 건 귀여우라고 그런 게 아니라 턱 근육이 붙을 자리가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어금니도 크고 평평해서 질긴 섬유질을 으깨기에 알맞습니다.
[덧붙이면]
야생 판다도 아주 가끔은 죽은 동물의 고기나 작은 설치류를 먹습니다. 완전한 초식은 아니고 기회가 되면 먹습니다. 몸은 여전히 그걸 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늘 영양이 빠듯한 삶이다 보니 번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새끼가 100그램 남짓한 아주 작은 상태로 태어나는데, 임신 기간 동안 큰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판다는 몸을 초식동물로 개조한 게 아니라, 육식동물의 몸을 그대로 가진 채 아무도 안 먹는 음식을 독점하고 그 대신 최대한 게으르게 사는 쪽을 택한 동물입니다. 어정쩡해 보이지만 수백만 년을 버텨온 나름의 성공 전략인 셈입니다.
채택된 답변육식동물의 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약 200만 년 전 유전자 변이로 고기의 감칠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육식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합니다. 대신에 대나무는 사계절 내내 서식지 주변에 풍부하여 위험하게 사냥을 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화 효율이 낮은 대나무에서 겨우 얻은 적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활동량을 극도로 줄이며 대나무만 먹는 생활에 적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