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즉흥연주로 이름을 떨쳤던 베토벤은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도 신체적 본능으로 음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귀로만 듣지 않고 몸으로 만들고 듣는 음악입니다.
말년의 베토벤이 리드미컬한 곡, 짧고 귀에 꽂히는 동기를 활용하는 곡을 많은 쓴 것은 난청인이 리듬을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짧고 특징적인 선율 조각이 청각 기억에 담기 쉽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의 음악적 위대함은 청각 장애를 극복한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귀가 멀면서 기존의 방법들을 조금씩 개선해 간 덕분에 가능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베토벤은 선배 작곡가들이 만들지 못한 소리를 창조했습니다. 귀로는 파악하기 힘들만큼 복잡하고 장대한 구조, 이전에는 금기시됐던 불협화음의 빈번한 사용, 악상의 갑작스러운 변화 같은 20세기 작곡가들의 시도를 베토벤이 200년 전에 이미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