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높은 산 위에서 밥을 하면 쌀이 제대로 익지 않고 설익게 되는데, 이는 고도에 따른 대기압의 변화와 물의 끓는점 사이의 물리적 관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지표면과 가까운 평지는 공기가 누르는 힘인 대기압이 강하지만, 높은 산 위로 올라갈수록 머리 위의 공기층이 얇아지고 밀도가 낮아져 대기압이 평지보다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물이 끓는다는 것은 액체 내부에서 물 분자들이 기체로 변하려는 힘인 증기압이 외부에 존재하는 대기압과 같아지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평지에서는 대기압이 높기 때문에 물 분자들이 외부 압력을 이겨내고 기체로 탈출하려면 온도를 100도까지 올려서 증기압을 충분히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기압이 낮은 높은 산 위에서는 외부에서 누르는 힘이 훨씬 약합니다. 따라서 물 분자들이 굳이 100도라는 높은 온도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훨씬 낮은 온도에서 발생하는 증기압만으로 쉽게 외부 압력을 이겨내고 끓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산 위에서는 물의 끓는점 자체가 100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로 내려갑니다. 이 때문에 물은 평지보다 빨리 끓기 시작하지만, 정작 냄비 속 물의 온도는 낮은 상태를 유지한 채 기체로 증발해 버립니다. 단단한 쌀알이 부드럽게 익으려면 일정 시간 이상 높은 온도의 열을 받아야 하는데,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어 날아가 버리니 쌀이 충분한 열을 받지 못해 결국 밥이 설익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