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그 박스는 좁고 불편한 곳이 아니라 세 가지가 한 번에 해결되는 자리예요.
첫째는 안전감이에요. 고양이는 사냥꾼이면서 동시에 더 큰 동물의 먹잇감이기도 했던 동물이라, 사방이 막히고 시야는 한쪽만 열린 곳을 본능적으로 찾습니다. 박스 안에 들어가면 뒤와 옆에서 습격당할 걱정이 없으니 그제야 긴장을 풀어요. 실제로 보호소 연구에서 박스를 준 고양이가 없는 고양이보다 스트레스 지표가 훨씬 빨리 내려갔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둘째는 온도예요. 고양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는 사람보다 높은 삼십 도 안팎인데, 집 안은 그보다 서늘하죠. 골판지는 단열이 좋아서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면 체온이 갇혀 금방 따뜻해집니다. 몸에 꼭 맞는 작은 박스를 더 좋아하는 게 그래서예요. 좁을수록 빨리 데워지거든요.
셋째는 감촉과 냄새예요. 골판지는 발톱으로 긁기 좋고 씹는 맛도 있어서 놀잇감이 되고, 한 번 들어가면 자기 냄새가 배니까 내 자리라는 표시가 됩니다.
개가 그러지 않는 건 무리 동물이라 넓고 트인 곳에서 동료와 붙어 있는 쪽이 더 안심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고양이 집에 박스 하나 두는 건 장난이 아니라 실제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