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진자의 왕복 주기는 길이와 중력가속도로만 정해져요. 추의 무게나 흔드는 폭이 주기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요. 이게 시계에 쓸 수 있는 이유예요. 무거운 추든 가벼운 추든, 크게 흔들든 작게 흔들든 한 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같으니까요.
왜 그런지는 힘의 구조에서 나와요. 진자가 한쪽으로 기울면 중력 중 제자리로 되돌리는 방향의 성분이 작용하는데, 이 복원력이 추의 질량에 비례해요. 그런데 움직이기 어려운 정도인 관성도 질량에 비례하죠. 그래서 계산할 때 질량이 약분돼 사라져요. 무거운 추는 되돌리는 힘도 크지만 그만큼 무거워서 결국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거예요. 진폭이 작을 때는 복원력이 기울어진 각도에 거의 정비례해서, 크게 벗어나면 되돌리는 힘도 그만큼 커져 시간이 맞춰져요.
남는 건 길이와 중력뿐이에요. 주기는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해서, 길이가 네 배면 주기가 두 배가 돼요. 1초에 한 번씩 왕복하려면 약 25cm, 벽시계의 2초 진자는 약 1m예요. 괘종시계 아래에 추 위치를 조절하는 나사가 있는데, 그걸 올리고 내려 유효 길이를 미세하게 바꾸는 게 시간을 맞추는 작업이에요.
한계도 분명해요. 진폭이 커지면 정비례 관계가 조금씩 어긋나 주기가 길어지고, 온도가 오르면 금속 막대가 늘어나 느려져요. 그래서 정밀 추시계는 팽창률이 다른 두 금속을 조합해 길이 변화를 상쇄하는 구조를 써요. 중력가속도도 위도와 고도에 따라 달라서, 같은 시계를 서울에서 적도로 옮기면 시간이 어긋나요. 반대로 이 성질을 이용해 진자의 주기를 재서 그 지역의 중력을 측정하기도 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