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실제로 그랬습니다. 버버리, 루이비통, 샤넬 같은 초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시즌이 지난 재고 상품을 아울러서 불태우거나 찢어서 폐기 처분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트렌드는 강제적으로 멈추게 되었습니다.
1. 예전에는 왜 멀쩡한 가방과 옷을 태웠을까?
이유는 단 하나, '브랜드 가치(희소성) 유지' 때문이었습니다.
할인 판매 불가: 명품의 생명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희소성입니다. 안 팔린다고 해서 백화점 매대에서 50%, 70%씩 눈물의 폭탄 세일을 해버리면, 제값(수백~수천만 원)을 주고 산 기존 우수 고객들의 반발을 사고 브랜드 이미지가 순식간에 저가로 추락합니다.
짝퉁 및 암시장 유출 방지: 재고를 그대로 헐값에 도매로 넘기거나 직원들에게 무분별하게 처분하면, 이것이 암시장(아웃렛, 리셀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짜 제품 제조의 샘플이 되거나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세금 혜택: 일부 국가에서는 재고를 '폐기' 처분하면 판매하지 못한 손실로 인정받아 관세나 법인세 환급 등 세제 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2. 지금은 왜 못 태우나? (강력한 법적 제재)
환경 파괴와 자원 낭비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자, 유럽 정부들이 법으로 이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프랑스의 낭비방지 순환경제법(AGEC): 2022년부터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미판매된 의류, 신발, 화장품, 가죽 제품 등 모든 종류의 재고 폐기(소각·매립)를 법으로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막대한 벌금을 뭅니다.
유럽연합(EU)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 EU 차원에서도 대기업들이 의류와 신발 재고를 폐기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명품 브랜드 대부분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물리적으로 태우는 행위가 불가능해졌습니다.
3. 요즘은 안 팔린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까?
태울 수 없게 된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다른 방안들을 찾고 있습니다.
비공개 패밀리 세일: 아주 한정된 VIP 고객이나 임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외부에 절대 소문이 나지 않게 비밀리에 할인 판매를 진행합니다.
재활용 및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가죽이나 원단을 다 해체해서 새로운 가방을 만들거나, 아예 다른 산업용 자재(절연재 등)로 분해하여 재활용합니다. (LVMH 그룹 등은 재고 원단을 재활용하는 전문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부 및 지원: 예술 학교의 실습용 자재로 기부하거나, 브랜드 로고를 완전히 제거한 뒤 취약계층 지원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