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그렇게 느끼시는 게 아닙니다. 조리한 고기를 다음 날 먹었을 때 소고기는 괜찮고 돼지나 닭은 별로인 것은 꽤 알려진 현상이고, 이유도 비교적 분명합니다.
먼저 국이 다음 날 더 진해지는 쪽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끓인 뒤 식히고 다시 데우는 사이에 재료에 남아 있던 감칠맛 성분이 국물로 더 우러나고, 반대로 국물의 간이 고기와 채소 속으로 스며듭니다. 갓 끓였을 때는 국물과 건더기의 맛이 따로 놀지만 하루가 지나면 그 차이가 사라지면서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느껴집니다.
소고기는 여기서 유리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결합조직이 많아 끓일 때 젤라틴이 많이 나옵니다. 이 젤라틴이 국물을 살짝 걸쭉하게 만들어 혀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그래서 같은 농도라도 훨씬 진하게 느껴집니다. 식혔을 때 국이 묵처럼 굳는 것이 이 젤라틴 때문입니다.
다시 끓이면서 수분이 조금씩 날아가 농축되는 효과도 있고, 처음 끓였을 때 튀던 거친 냄새 성분이 휘발되어 맛이 둥글어지는 것도 한몫합니다.
이제 돼지와 닭이 왜 다음 날 이상해지는지가 핵심인데, 여기에는 이름까지 붙은 현상이 있습니다. 가열하면 고기 세포가 깨지면서 안에 있던 철분이 밖으로 나오는데, 이 철분이 촉매 노릇을 해서 지방의 산화를 확 앞당깁니다. 그 결과 데운 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눅진하고 종이 같은 냄새가 생깁니다. 조리해서 식힌 고기를 다시 데울 때 나는 그 냄새가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서 소와 돼지, 닭이 갈립니다. 돼지와 닭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이 산화가 훨씬 빨리 일어납니다. 반면 소의 지방은 포화지방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잘 버팁니다. 같은 하루가 지나도 냄새가 나는 정도가 다른 이유입니다.
푸석해지는 것도 따로 설명이 됩니다. 닭가슴살처럼 지방이 적은 살코기는 다시 데울 때 단백질이 한 번 더 수축하면서 안에 잡고 있던 물을 놓아 버립니다. 튀기거나 구운 것은 표면이 수분을 머금어 눅눅해지고요. 국물에 잠겨 있는 소고기는 이 과정이 훨씬 덜합니다.
그래서 남은 돼지나 닭을 살리시려면 마른 상태로 데우지 마시고 국물이나 소스와 함께 데우시는 편이 낫습니다. 전자레인지보다 팬에 소스를 조금 넣고 뚜껑을 덮어 데우면 차이가 큽니다. 조리 후 최대한 빨리 식혀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하는 것도 산화를 늦춰 줍니다.
다만 소고기 국이라고 무한정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냉장 보관으로 이삼 일 정도가 기준이고, 먹을 만큼만 덜어 데우시는 게 좋습니다. 냄비째 끓였다 식히기를 반복하면 매번 세균이 자랄 시간을 주는 셈이라 오히려 위험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