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약으로 해두신 것 때문은 아닐 겁니다. 원래 약으로도 잘 됐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리고 강으로 올리시는 건 오히려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기요금만 더 나가는 데다, 지금 상태에서 강하게 돌리면 성에가 더 두껍게 끼어서 상황이 나빠질 수 있거든요.
제가 주목한 건 증상이 바뀐 순서입니다. 처음엔 냉장실 냉기가 약했고, 코드를 뽑고 청소한 다음에는 냉동까지 약해졌다고 하셨죠. 이건 냉매가 샌 것보다는 뒤쪽 냉각판에 성에가 두껍게 끼어서 냉기가 도는 길이 막힌 모습에 훨씬 가깝습니다. 소리가 나고 냉기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예요. 기계는 돌고 있는데 그 냉기가 밖으로 못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해보실 건 완전히 녹이는 겁니다. 코드를 뽑고 문을 활짝 열어둔 채로 하루 정도 두세요. 반나절로는 겉만 녹고 안쪽 얼음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닥에 수건을 넉넉히 깔아두시고요.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얼음을 드라이버나 칼 같은 걸로 절대 긁어내지 마세요. 그 안에 냉매가 지나가는 얇은 관이 있어서 구멍이 나면 그때부터 진짜 고장이 되고 수리비도 훨씬 커집니다.
다 녹으면 물기를 잘 닦고 다시 꽂으시는데, 뽑았다가 곧바로 꽂는 건 피하세요. 압축기가 쉬는 시간 없이 다시 돌면 무리가 갑니다. 최소 삼십 분은 두셨다가 꽂으시고, 음식은 바로 넣지 마시고 몇 시간 빈 상태로 돌리면서 온도가 제대로 내려가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같이 확인하시면 좋은 것도 있습니다. 원룸은 공간이 좁아서 냉장고 뒷면을 벽에 딱 붙여놓는 경우가 많은데, 뒤쪽은 열을 뿜는 자리라 최소 십 센티는 띄우셔야 합니다. 여름에는 이것만으로도 냉각이 확 떨어져요. 그리고 문에 종이 한 장을 끼우고 닫은 다음 당겨보세요. 힘없이 쑥 빠지면 고무 패킹이 늙은 겁니다. 패킹은 비교적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해도 안 되면 압축기나 냉매 쪽 문제라 기사님을 부르셔야 합니다. 다만 그 전에 확인하실 게 있어요. 이 냉장고가 원래 원룸에 딸려 있던 거라면 수리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는 게 원칙입니다. 먼저 연락해서 알리시고 진행하세요. 미리 말씀 안 드리고 직접 업체를 부르시면 나중에 비용을 못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