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사후세계가 있을지 없을지는 과학이 증명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하는 영역이에요. 다만 말씀하신 다세계 해석을 끌어오신 발상이 흥미로워서, 그 아이디어가 실제 물리학과 어떻게 맞닿고 어디서 갈라지는지 짚어볼게요.
다세계 해석은 양자역학의 한 해석이에요. 양자 세계에서는 입자가 여러 상태로 겹쳐 있다가 측정하는 순간 하나로 정해지는데, 이때 정해지지 않은 다른 가능성들은 어디로 갔느냐는 의문이 남거든요. 다세계 해석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우주가 갈라져서 모든 가능성이 각각 다른 우주에서 실현된다고 봐요.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온 우주와 뒷면이 나온 우주가 둘 다 존재한다는 거예요. 이론적으로는 진지하게 논의되는 해석 중 하나예요.
그런데 이걸 사후세계와 연결하는 데는 큰 간극이 있어요. 다세계 해석에서 갈라지는 우주들은 한 사건에서 분기하는 평행한 가지들이지, 내가 죽은 뒤 다음 우주에서 다시 태어나는 식의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말씀하신 건 오히려 윤회나 환생에 가까운 개념인데, 다세계는 시간 순서대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동시에 나란히 존재하는 우주들이라 죽음 이후라는 개념 자체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요.
여기서 양자불멸이라는 사고실험이 떠오르실 수도 있어요. 내가 죽는 우주와 살아남는 우주가 갈라진다면, 내 의식은 늘 살아남은 쪽 우주에서만 이어지니까 주관적으로는 영원히 죽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는 발상이에요. 흥미로운 아이디어지만 이건 검증할 방법이 전혀 없는 순수한 사고실험이에요. 살아남은 우주의 나만 그걸 경험하니 누구에게도 증명할 수 없거든요. 물리학자들도 진지한 이론이라기보다 해석이 낳는 기묘한 상상 정도로 다뤄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과학은 사후세계에 대해 답을 줄 수 없어요. 의식이 뭔지조차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죽음 이후 의식이 어떻게 되는지는 더더욱 미지의 영역이에요. 다세계 해석을 사후세계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사후세계가 없다고 단정할 근거가 되지도 않아요.
이런 질문은 과학의 답을 찾기보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싶은지를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는 게 더 의미 있을지도 몰라요. 물리학의 개념에서 위안이나 영감을 얻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고요.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 오히려 자유롭게 상상해볼 수 있는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