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성훈 내과 전문의입니다.
피부 속 멜라닌(Melanin) 색소의 양과 분포 차이는 인종 간 피부 노화 속도와 피부암 발생률의 차이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의학적 요인입니다.
흑인의 피부에는 백인이나 동양인에 비해 유멜라닌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고, 멜라닌을 담고 있는 주머니인 '멜라노좀'의 크기가 크고 피부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주 짙은 흑인 피부는 자연적으로 약 SPF 13 상당의 자외선 차단 능력을 가지고 있어 즉,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백인에 비해 자외선을 약 2~4배 더 많이 차단하고 흡수하여 무해하게 분산시킵니다.
자외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므로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파괴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기 때문에 흑인은 백인보다 주름, 피부 처짐 등의 광노화 현상이 보통 10~20년 이상 늦게 나타나며 기미나 잡티 같은 색소 질환도 백인에 비해 훨씬 덜 발생합니다.
동양인의 피부는 흑인과 백인의 딱 중간 정도의 자외선 방어력을 가집니다.
동양인의 자연 자외선 차단 능력은 대략 SPF 3~5 내외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인(SPF 1~3 수준)보다는 자외선에 강하지만, 흑인보다는 취약합니다.
백인은 멜라닌이 매우 적어 자외선을 받으면 빨갛게 타는 화상을 입기 쉽고, 잔주름과 피부 처짐이 20대 후반~30대 초반부터 빠르게 나타납니다.
동양인은 백인보다 주름이 생기는 속도는 느리지만, 멜라닌 세포가 자외선에 자극받아 색소를 만들어내는 능력(방어 작용)이 활발하여 주름보다는 기미, 잡티, 검버섯 같은 색소 침착 현상이 노화의 주된 신호로 먼저 나타납니다.
아무리 멜라닌이 많아도 장시간 강한 자외선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피부 장벽이 손상되고 건조해지며, 결국 깊은 주름과 광노화가 발생합니다. 특히 자외선 중 UVA는 멜라닌이 있어도 피부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흑인도 자외선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순 없습니다.
또한 흑인 피부는 염증이나 자극을 받으면 오히려 멜라닌이 과도하게 반응하여 아주 짙은 흑갈색의 염증 후 색소침착이 남기 쉬워 여드름 흉터나 상처가 백인보다 훨씬 오래 가고 짙게 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치명적인 차이점은 피부암의 양상입니다.
흑인의 멜라닌 보호 효과 덕분에, 자외선이 주원인인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 흑색종 등의 발생률은 백인에 비해 약 20~30배 이상 낮습니다. 하지만 흑인에게 발생하는 악성 흑색종은 햇빛을 받는 부위가 아니라, 멜라닌 보호가 닿지 않는 손바닥, 발바닥, 손발톱 밑 등에 주로 생기는 '말단 흑색종'인 경우가 많고,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때문에 발견이 매우 늦어 최초 진단 시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3~4기)인 경우가 많아 5년 생존율은 백인(약 92~94%)보다 흑인(약 67~70%)이 훨씬 낮아 더 치명적입니다.
흑인 피부의 풍부한 멜라닌은 훌륭한 천연 항산화제이자 자외선 차단제가 맞으며, 이 덕분에 노화가 매우 천천히 진행되지만 완벽한 방패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 장벽 보호와 피부암 예방을 위해 인종을 불문하고 모든 피부 타입은 야외 활동 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권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