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깎아 놓은 신선한 배가 아니라 냉장고에 오래 두었던 배에서 술 맛이나 알코올 향이 느껴질 때가 있죠.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배 안에 알코올 성분이 생성된 것이 맞습니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그 과학적인 이유를 정리해 드릴게요. 배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 발효' 배는 수분과 당분이 매우 높은 과일입니다. 배를 오래 방치하면 껍질에 붙어있던 효모나 배 내부의 세포가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산소 호흡을 하게 됩니다. 산소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밀폐된 비닐봉지나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배의 당분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에탄올(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냅니다. 사실상 우리가 술을 담그는 과정이 배 안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톡 쏘는 맛이나 알코올 향이 강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배는 다른 과일에 비해 수분이 많고 과당이 풍부해 발효가 일어나기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적정 온도보다 높은 곳에 보관하거나, 비닐에 넣어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보관하면 과일 내부에서 가스가 배출되지 못해 발효 속도가 빨라집니다.
단순히 알코올 향만 살짝 나는 정도라면 섭취 자체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태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배 조직이 물러지거나 투명하게 변했다면 이미 부패가 시작된 것입니다. 알코올 향을 넘어 쉰내나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단면이 갈색으로 심하게 변했다면 독소가 생겼을 수 있으니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