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먹으면 시력에 좋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나요?
안녕하세요!
어렸을 때 부터, 엄마가 당근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아침저녁으로
당근사과 주스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실제로 당근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지나요?
저는 효과를 잘 모르겠어서요..
비타민 A 부족이 야맹증을 유발하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건, 사람 눈의 망막 안에 있는 긴 막대 모양의 간상세포 덕분이다. 간상세포는 빛의 명암을 감지하는 시각세포로, 0.1Lux 이하의 어두운 빛도 감지해낼 수 있다. 간상 세포막에는 막단백질인 옵신과 빛을 흡수하는 단백질인 레티날이 합쳐져 ‘로돕신’이라고 불리는 복합단백질이 있는데, 로돕신이 빛을 받으면 레티날과 옵신이 분리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에너지가 간상세포를 흥분 시켜 대뇌에 정보를 전달하고 시각을 형성한다. 분해된 로돕신이 재합성되기 위해서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필요하다. 이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이 바로 당근이다.
당근 섭취는 야간 시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시력을 높이는 효과는 증명된 바가 없다. 안과학회지에 게재된 12년간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베타카로틴은 시력증강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당근의 성분인 베타카로틴은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현상 유지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게다가 망막에서 로돕신이 반응하게 하는 최저 조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편식만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비타민A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당근의 비타민 A를 과량 섭취하면 피부 건조, 구토, 설사, 만성피로, 두통, 체중감소, 고관절, 간 손상, 골절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의 시력은 당근 등을 통한 영양분 섭취보다는 유전과 환경으로 인해 결정되는 비중이 높다. 다만, 야맹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정량의 당근 섭취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