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덥다가 8월 말에 비가 잦아지는 건 우리나라에서 꽤 전형적인 흐름입니다. 원인을 하나로 꼽기보다 세 가지가 겹친 결과로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첫째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후퇴입니다. 한여름에 우리나라를 덮고 있던 이 고기압이 8월 하순부터 세력이 줄면서 남쪽으로 물러납니다. 그 자리에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면 두 공기 덩어리가 만나는 경계에 비구름 띠가 만들어지는데, 이걸 흔히 가을장마라고 부릅니다.
둘째는 여전히 남아 있는 수증기입니다. 여름 동안 바닷물 온도가 많이 올라간 상태라 대기 하층에 수증기가 잔뜩 실려 있습니다. 여기에 찬 공기가 조금만 밀려 들어와도 불안정이 커져서 소나기나 국지성 강한 비가 쉽게 발달합니다. 그래서 같은 서울 안에서도 동네에 따라 강수량 차이가 크게 납니다.
셋째는 태풍과 열대저압부의 영향입니다. 태풍이 직접 오지 않아도 그 주변으로 밀려 올라오는 습한 남풍이 우리나라 상공의 정체된 비구름대에 수증기를 계속 공급하면서 비를 오래 끌고 갑니다.
즉 더웠던 것과 비가 잦아진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더워서 바다와 대기에 축적된 열과 수증기가 계절 전환기에 비로 쏟아지는 셈입니다.
생활 쪽으로는 이 시기 비가 예보보다 국지적으로 강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외출 전에 기상청 레이더 영상을 한 번 보시는 게 시간별 예보보다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습도가 높아 빨래가 잘 안 마르니 제습기나 선풍기 순환을 같이 쓰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