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같은 그림은 사실 인공지능의 위험을 가장 엉뚱한 쪽으로 그려놓은 편입니다. 지금 연구자들이 걱정하는 건 기계가 인간을 미워해서 지배하는 쪽이 아니거든요.
지금의 인공지능은 목표를 스스로 세우지 않습니다. 사람이 준 문제를 푸는 도구이고, 몸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각성해서 인류에게 반기를 든다는 이야기는 영화의 설정에 가깝습니다.
대신 실제로 문제가 되는 쪽은 훨씬 심심합니다. 하나는 사람이 인공지능에게 잘못된 목표를 주는 경우예요. 목표를 너무 충실히 달성하려다 사람이 원하지 않던 부작용을 만드는 겁니다. 둘은 결정 권한을 너무 빨리 넘기는 겁니다. 채용이나 대출 심사처럼 사람 인생이 걸린 판단을 검증 없이 맡기면, 아무도 미워하지 않아도 피해가 생깁니다. 셋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도구 삼아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일이고요. 가짜 영상이나 여론 조작 같은 것들입니다.
정리하면 무서운 건 기계의 의지가 아니라 사람의 설계와 사람의 사용입니다. 그래서 요즘 각국이 만드는 규제도 로봇을 통제하는 내용이 아니라, 어떤 결정을 기계에 맡겨도 되는지를 정하는 내용이에요.
영화를 보고 오싹하셨다면 그 감각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경계할 지점을 기계가 아니라 그걸 쓰는 쪽에 두시면, 관련 뉴스가 훨씬 잘 읽히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