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건 사실 수평이 아니라 무엇에 어떻게 고정하느냐입니다. 수평은 몇 만 원짜리 수평계 하나면 초보도 잡습니다. 설치비가 비싼 이유도 기술이 어려워서라기보다, 잘못됐을 때 스크린이 떨어지는 책임까지 포함된 값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먼저 보실 것은 벽 재질입니다. 콘크리트면 해머드릴로 뚫고 세트앵커를 박으면 아주 튼튼하게 잡힙니다. 문제는 석고보드인데, 여기에 그냥 피스를 박으시면 절대 버티지 못합니다.
석고보드라면 나비앵커라고도 부르는 토글앵커를 쓰시거나, 안쪽 나무 기둥을 찾아 직접 박으셔야 합니다. 더 확실한 방법은 각목을 벽에 길게 먼저 고정해 하중을 분산시키고 그 각목에 브래킷을 다는 겁니다. 무거운 스크린일수록 이 방법이 안전합니다.
무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백 인치급 액자 스크린은 십오 킬로그램을 넘는 경우가 많고 프레임이 길어서 혼자 드시면 가운데가 휩니다. 최소 두 사람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셀프 설치에서 가장 현실적인 장벽입니다.
수평은 오히려 요령이 있습니다. 천장이나 몰딩에 맞추지 마시고 수평계로 스크린 자체의 수평을 잡으세요. 집이 생각보다 반듯하지 않아서 천장에 맞추면 나중에 화면이 기울어 보이는 일이 생깁니다.
순서도 중요합니다. 스크린 자리를 먼저 정하지 마시고, 프로젝터를 켜서 화면이 실제로 어디에 맺히는지 벽에 표시부터 하세요. 이걸 건너뛰면 나중에 키스톤 보정으로 억지로 맞춰야 하는데 그만큼 화질이 깎입니다.
정리하면 콘크리트 벽에 두 사람, 수평계와 드릴이 있으시면 셀프로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석고보드거나 백 인치를 넘거나 혼자 하셔야 한다면 그때는 설치비가 아깝지 않습니다. 전세라 구멍이 부담스러우시면 스탠드형 거치대도 한 번 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