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말씀하신 모순이 물리학에서 실제로 다루는 유명한 문제예요. 할아버지 역설이라고 부르는데, 과거로 가서 내 조상을 해치면 나는 태어날 수 없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과거로 갈 사람도 없으니 논리가 무한히 꼬여버려요. 이 모순을 푸는 방식으로 크게 세 가지 답이 제시돼 있어요.
첫째는 자기일관성 원리예요. 과거로 가더라도 이미 일어난 역사와 모순되는 행동은 애초에 성공할 수 없다는 관점이에요. 조상을 해치려 하면 총이 고장 나든 발이 미끄러지든 반드시 실패하고, 오히려 내 행동이 원래 역사의 일부였던 것으로 맞아떨어진다는 거예요. 과거는 바꾸는 게 아니라 완성하는 것이라는 답이죠.
둘째는 평행우주 해석이에요. 과거를 바꾸는 순간 역사가 둘로 갈라진다는 거예요. 조상을 해친 세계는 내가 태어나지 않는 새로운 가지로 뻗어가고, 내가 떠나온 원래 세계는 그대로 남아 있으니 모순이 안 생겨요.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을 빌린 답인데, 바꾼 과거가 내 과거가 아니게 된다는 점이 묘미예요.
셋째가 물리학자들이 가장 무게를 두는 답인데, 자연이 과거행 자체를 금지한다는 거예요. 호킹이 제안한 시간순서 보호 가설로, 과거로 가는 통로가 만들어지려는 순간 양자 요동이 폭주해 그 통로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추측이에요. 모순을 해결할 필요가 없도록 문제의 입구를 막아버리는 셈이죠. 실제로 지금까지 미래에서 온 방문자의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걸 이 가설의 정황 증거로 들기도 해요.
어느 답이 맞는지는 양자중력 이론이 완성돼야 판정될 문제라, 지금은 모순 자체가 우주가 과거 변경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힌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상황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