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피곤할 때 코피가 나는 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뇌에서 피가 나는 것처럼 극적인 이유는 아니고 코 안쪽 혈관의 특성 때문이에요.
코 안쪽 입구에서 약 1센티미터 정도 들어간 곳에 키젤바흐 부위라는 곳이 있어요. 여기에 아주 가는 모세혈관들이 거미줄처럼 빽빽하게 모여 있는데, 이 혈관들은 피부 바로 아래 얇은 점막으로만 덮여 있어서 몸 전체에서 가장 터지기 쉬운 혈관 중 하나예요.
피로가 쌓이면 이 약한 혈관이 버티지 못하는 조건이 만들어져요. 수면이 부족하면 혈압이 평소보다 올라가거든요. 몸이 피로 상태를 스트레스로 인식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압력이 높아지는 거예요. 동시에 피로하면 점막이 건조해지기 쉬워요. 밤새 공부하는 환경이 대체로 환기가 안 되는 실내이고 난방이나 에어컨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코 점막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얇은 막이 더 약해지거든요. 올라간 혈압이 건조해져 약해진 점막 아래 혈관을 밀어내면 결국 터지는 거예요.
혈액 응고 능력도 피로와 관련이 있어요. 극심한 피로 상태에서는 혈소판 기능이 미세하게 떨어질 수 있어서, 평소라면 저절로 막혔을 작은 출혈이 좀 더 오래 지속되면서 눈에 띄는 코피로 나타나는 거예요.
다만 만화에서처럼 피곤하면 무조건 코피가 나는 건 아니에요. 코 점막이 유난히 얇은 사람이나 비염이 있어서 점막이 자주 손상되는 사람에게 더 잘 나타나거든요. 피곤함 자체가 코피의 직접 원인이라기보다는 혈압 상승과 점막 건조라는 조건을 만들어서 원래 약한 혈관이 터지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거예요.
밤샘 작업을 피할 수 없다면 방 안에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유지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만으로도 코피 확률을 많이 낮출 수 있어요. 코피가 자주 반복된다면 키젤바흐 부위 혈관을 간단히 지져주는 시술로 예방할 수도 있으니 이비인후과에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방법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