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탄저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도 이유이지만, 유독 고추가 약한 것도 이유입니다.
먼저 흙 속에 숨어 있던 곰팡이와 균들이 장마철 강한 빗방울에 튕겨 고추 잎과 열매로 옮겨붙습니다. 또한 역병균은 스스로 헤엄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장마로 밭에 물이 고이면 물을 타고 옆 고추나무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번져나갑니다.
게다가 고추는 뿌리가 땅 표면 근처에 얕게 내리는 천근성 작물이라 물에 잠기면 숨을 쉬지 못합니다.
그렇다보니 흙 속에 물이 가득 차 산소가 차단되면, 뿌리가 짧으면 하루만에, 길어도 이틀이면 썩어 작물의 면역력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또한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한여름의 높은 기온과 90%가 넘는 습도는 곰팡이 포자가 번식하고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죠.
결국 이런 환경에서 열매 표면에 빗물이 오랫동안 남아있기까지 하며 병원균이 고추 껍질을 뚫고 들어가 내부를 완전히 썩게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