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지혜로운사자35
와인을 마시기 전에 병을 미리 열어두거나 데칸터에 담아두는 데어링 과정을 거치면 와인의 맛과 향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와인을 마시기 전에 병을 미리 열어두거나 데칸터에 담아두는 데어링 과정을 거치면 기존 와인보다 와인의 맛과 향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2개의 답변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지혜로운사자35님. 이중철 전문가입니다.
우리가 와인을 마시기 전에 병을 미리 열어두는 에어링(브리딩)이나 넓은 유리 용기에 옮겨 담는 디캔팅 과정을 거치게 되면, 와인이 공기 중의 산소와 접촉하면서 내는 불쾌한 냄새가 날아가고,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 부드러워지며, 숨겨져 있던 풍부한 과즙과 오크 향이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긍정적인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답니다.
질문에서 언급하신 데어링은 통상 공기 접촉을 뜻하는 에어링과 용기에 옮겨 따르는 디캔팅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요. 와인 속 다양한 유기 화합물들이 산소와 반응하여 맛과 향의 균형을 최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원리랍니다.
■ 갇혀 있던 환원취와 이산화황 등 불쾌한 휘발성 물질의 증발
와인은 병입된 밀폐 상태에서 오랜 시간 보관되면서 산소가 극도로 차단된 환원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황화수소나 이산화황, 메르캅탄 같은 휘발성 황 화합물이 병 내부에 축적되어 갓 개봉했을 때 성냥 타는 냄새, 젖은 흙 냄새, 혹은 퀴퀴하게 닫혀 있는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와인을 공기에 노출시키면 이러한 가벼운 휘발성 물질들은 공기 중으로 빠르게 증발하여 날아가거든요. 결과적으로 와인 본연의 순수한 향미를 방해하던 잡내가 걷히며 깔끔하고 맑은 첫인상을 회복하게 된답니다.
■ 산화 반응을 통한 타닌의 중합과 떫은맛의 연화
레드 와인의 떫은맛과 묵직한 구조감을 담당하는 주성분은 포도 껍질과 씨, 오크통에서 유래한 폴리페놀 화합물인 타닌입니다. 타닌 분자가 혀와 입안의 침(타액 단백질)과 결합하면 단백질을 응고시키면서 입안을 뻑뻑하고 마르게 만드는데,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떫은맛의 정체이지요. 와인이 산소와 만나면 타닌 분자들이 서로 결합하는 중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분자 크기가 커집니다. 이렇게 덩치가 커진 거대 타닌 분자는 침 단백질과 결합하는 힘이 약해져 혀를 거칠게 조이는 느낌이 크게 줄어들고, 입안에서 둥글고 부드러운 실크 같은 질감으로 변화하게 된답니다.
■ 향기 분자의 산소 반응과 복합적인 아로마의 발현
와인 속에는 수백 가지의 에스테르, 알데하이드, 테르펜 등 복합적인 방향족 화합물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단단하게 닫혀 있던 어린 와인은 산소와 접촉하면서 산화 환원 반응을 거쳐 꽁꽁 묶여 있던 향기 분자들이 활성화되어 공기 중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한 알코올 냄새나 날카로운 신맛만 느껴지던 와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신선한 베리류나 자두 같은 과일 향은 물론이고 바닐라, 초콜릿, 가죽, 삼나무 같은 다채로운 숙성 향까지 층층이 펼쳐지며 훨씬 풍성하고 입체적인 풍미를 선사한답니다.
■ 올바른 실무적 적용법과 와인별 주의사항
공기 접촉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와인의 품종과 숙성 상태에 맞추어 시간과 방식을 조절해야 하는데요.
첫째, 단순히 병 코르크만 열어두는 방식은 좁은 병목 때문에 산소와 닿는 면적이 동전 크기에 불과하여 효과가 매우 미미합니다. 따라서 표면적이 넓은 디캔터에 옮겨 따르거나, 볼이 넓은 와인잔에 따라 잔을 둥글게 돌리는 스월링을 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랍니다.
둘째, 타닌이 강하고 단단한 어린 레드 와인(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바롤로 등)은 30분에서 2시간 정도 충분히 디캔팅을 해주면 맛이 극적으로 열린답니다.
셋째, 반대로 15년 이상 오래 숙성된 올드 빈티지 와인은 향기 분자가 매우 연약하여 지나친 공기 접촉 시 산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고유의 섬세한 향이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으므로, 침전물을 걸러내는 목적으로 짧게 디캔팅한 뒤 바로 마시는 것이 풍미 좋게 마시기에 가장 안전한 방법이랍니다.
정리하자면,
와인을 마시기 전에 공기에 노출시키는 과정은 병 속에 갇혀 있던 불쾌한 황 화합물을 날려 보내고, 산소 반응을 통해 거친 타닌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며, 웅크려 있던 다채로운 과일과 숙성 향을 풍성하게 피워내어 와인의 전체적인 맛과 향의 균형을 극대화해 주는 과학적인 숙성 촉진 메커니즘이랍니다.
※ 질문자님을 포함하여 소중한 분들의 건강, 재산과 안전을 지키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을 다양한 문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를 포함하여 다양한 토픽에서 활동하는 모든 전문가분들의 아하 지식커뮤니티에서의 답변은 예외 없이 참고 용도로만 유용하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채택 보상으로 180베리 받았어요.
채택된 답변안녕하세요. 장철연 전문가입니다.
와인을 미리 열어두거나 데칸터에 옮기는 이유는 한마디로 산소와 만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면 향이 닫혀 있던 상태에서 점점 열리면서 과일향 꽃향 향신료 향이 더 풍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레드와인의 경우 떫은 탄닌이 부드러워지고 알코올의 날카로운 느낌이 줄어들어 맛이 한층 둥글고 부드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