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원자는 원래 서로밀치는데 왜구멍이 뜷리죠

원자는 서로 밀치는데 합쳐지면 핵분열로 터져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상하게 종이나 옷 같은 곳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원자가 밀쳐서 구멍도 안 뚫리는 게 맞지 않나요? 어떻게 된 거죠?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질문 안에 두 가지 다른 현상이 섞여 있어서 그걸 나눠보면 의문이 풀려요. 원자가 서로 밀친다는 것과 구멍이 뚫린다는 것은 사실 충돌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먼저 원자가 서로 밀친다는 건 맞아요. 원자 바깥쪽에는 음전하를 띤 전자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두 원자가 가까워지면 이 전자끼리 같은 전하라서 밀어내요. 우리가 책상을 손으로 눌러도 손이 책상을 뚫고 들어가지 않는 게 이 전자들의 반발력 덕분이에요. 실제로 우리가 무언가를 만진다는 감각도 원자가 직접 닿는 게 아니라 전자끼리 밀어내는 힘을 느끼는 거랍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구멍을 뚫는다는 게 원자를 부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종이에 연필로 구멍을 뚫으면 종이를 이루던 원자들이 깨지는 게 아니라, 원자들을 서로 붙잡고 있던 연결이 끊어지면서 옆으로 밀려나는 거예요. 종이는 수많은 분자들이 손을 잡고 얽혀 있는 구조인데, 충분히 센 힘을 주면 그 잡은 손이 풀리면서 분자들이 양옆으로 비켜나요. 그 자리에 빈 공간이 생기는 게 우리가 보는 구멍이에요. 원자 하나하나는 멀쩡하게 그대로 있고, 단지 배열이 흐트러지고 자리만 옮긴 거죠.

    전자의 반발력이 강하긴 해도 무한히 센 건 아니에요. 그래서 분자끼리 연결된 힘보다 더 큰 힘으로 밀면 그 연결이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요. 종이가 약한 물질이라 적은 힘으로도 분자 연결이 끊어지는 거고, 강철 같은 단단한 물질은 분자들이 훨씬 강하게 결합돼 있어서 웬만한 힘으로는 안 뚫리는 거예요. 결국 구멍이 뚫리느냐 마느냐는 미는 힘과 분자를 붙잡는 힘 중 어느 쪽이 센지의 싸움인 셈이에요.

    마지막으로 핵분열 부분을 짚으면, 이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에요. 원자가 서로 밀쳐서 합쳐지지 않는 건 전자 차원의 이야기이고, 핵분열은 원자 한가운데 있는 원자핵이 쪼개지는 현상이거든요. 원자핵은 원자 전체 크기에서 보면 축구장 한가운데 놓인 콩알 정도로 작아요. 종이를 뚫는 정도의 힘은 이 핵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고 바깥 전자들만 건드릴 뿐이에요. 핵을 쪼개려면 원자로나 핵폭탄 수준의 어마어마한 조건이 필요하니까, 연필로 종이를 뚫는다고 핵분열이 일어날 일은 전혀 없답니다.

    정리하면 원자끼리 미는 힘은 전자들의 반발이고, 구멍은 그 원자들을 묶고 있던 연결이 끊어져 자리가 비켜난 결과예요. 원자가 부서지는 것도 핵이 터지는 것도 아니라, 단지 줄지어 있던 원자들이 옆으로 밀려나며 길을 터준 것뿐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