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가짓수로 승부를 보려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나물 여덟 가지를 깔아봤는데, 정작 밥이 질척해져서 맛이 다 뭉개진 적이 있어요. 비빔밥은 무엇을 넣느냐보다 물기와 기름, 간의 균형이 맛을 가릅니다.
반드시 필요한 건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참기름, 고추장 양념, 그리고 달걀노른자나 소고기처럼 기름지고 고소한 요소입니다. 이 셋이 있으면 나물이 두어 가지만 들어가도 비빔밥 맛이 나고, 이 중 하나가 빠지면 나물을 아무리 쌓아도 밍밍해집니다.
나물은 색깔이 아니라 식감 대비로 고르시면 실패가 없어요. 아삭한 것 하나, 부드러운 것 하나, 씹는 맛이 있는 것 하나. 콩나물이나 무생채, 시금치나 애호박, 표고버섯이나 고사리 이런 식으로 세 결만 맞춰도 충분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나물마다 물기를 꽉 짜는 겁니다. 데친 나물을 대충 건져 넣으면 밥알 사이로 물이 배어서 비비는 순간 죽처럼 됩니다. 밥도 평소보다 물을 조금 적게 잡아 고슬고슬하게 짓고, 갓 지은 밥이면 한 김 식혀서 쓰시는 게 좋아요.
고추장은 그대로 넣지 마시고 참기름과 설탕 약간, 식초 몇 방울을 섞어 풀어두세요. 훨씬 부드럽게 퍼지고 짠맛도 덜합니다. 여기까지만 지키시면 재료가 소박해도 밖에서 사 먹는 비빔밥보다 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