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도는 기능이 화려한 순서가 아니라 내 손이 얼마나 줄었느냐 순서로 갈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 갈림길이 하나 더 있어요. 내가 눌러야 도는 것과 내가 잊어도 알아서 도는 것의 차이입니다.
밖에서 미리 켜 두는 기능은 처음엔 신기한데 몇 달 지나면 잘 안 쓰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눌러야 할 일이 하나 늘어난 거라서요. 반대로 한 번 예약해 두면 알아서 도는 것들은 일 년 뒤에도 계속 씁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오래 남는 건 대체로 로봇청소기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알아서 돌고 사람이 관여할 일이 거의 없어요. 다만 먼지통을 알아서 비워 주는 모델인지가 만족도를 크게 가릅니다. 매번 손으로 비워야 하면 결국 안 돌리게 되거든요.
세탁기와 건조기에서는 세제를 알아서 넣어 주는 기능이 실속 있습니다. 빨래 무게를 재서 양을 맞춰 넣으니 매번 계량하는 일이 통째로 사라져요. 반면 옷감을 알아서 판단해 준다는 기능은 솔직히 체감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냉장고 화면은 사람에 따라 갈립니다. 안에 뭐가 있는지 밖에서 보는 기능은 쓰는 분은 잘 쓰고 아닌 분은 첫 달만 씁니다. 사시기 전에 지금 냉장고 문을 하루에 몇 번이나 여시는지 세어 보면 답이 나와요.
반대로 실망이 잦은 건 화면과 스피커가 붙은 자잘한 가전들입니다. 되는 일은 폰으로도 다 되는데 반응은 더 느리고, 나중에 앱 지원이 끊기면 그 기능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이 끊겨도 기본 동작은 되는 제품인지를 먼저 봅니다.
정리하면 고르실 때는 어떤 기능이 있느냐가 아니라 두 가지만 보시면 됩니다. 그 기능이 내가 안 눌러도 도는 것인가, 그리고 앱이 없어져도 남는 것인가. 이 둘을 통과하는 기능이 몇 년 뒤에도 쓰고 있는 기능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