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초록빛의 범인은 철분이에요. 유리의 주원료인 규사에는 산화철이 미량 섞여 있는데, 아무리 정제해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워요. 이 철 성분이 붉은색 계열의 빛을 조금씩 흡수해서, 통과한 빛에는 초록과 파랑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요.
두께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흡수는 빛이 지나간 거리에 비례해서 쌓이거든요. 창유리를 정면으로 볼 때는 빛이 5mm만 지나가니 색이 티가 안 나는데, 유리판 가장자리로 보면 빛이 유리 안을 수십 센티미터 통과해서 그동안 흡수가 누적돼 진한 초록으로 보여요. 옅은 색 물을 컵으로 볼 때와 긴 수조로 볼 때 색 진하기가 다른 것과 같아요. 두꺼운 유리병 바닥이 유독 초록빛인 것도 그래서고요.
완전히 투명한 유리도 만들 수 있어요. 철분 함량을 아주 낮춘 규사를 골라 쓰면 초록기가 거의 사라지는데, 이걸 저철분 유리나 초백색 유리라고 불러요. 명품 매장 쇼윈도나 수족관, 고급 가구 유리, 태양광 패널 커버에 쓰여요. 태양광은 빛이 조금이라도 흡수되면 발전량이 줄어드니 이 유리를 쓰는 거예요. 다만 원료 정제 비용이 들어서 일반 유리보다 값이 꽤 비싸요.
반대로 색을 일부러 넣기도 해요. 맥주병이 갈색인 건 자외선을 막아 맛이 변하는 걸 늦추려는 거고, 건물 외벽 유리가 푸르스름한 건 열을 차단하는 코팅이나 착색을 넣은 결과예요. 유리의 색은 불순물이자 동시에 기능인 셈이라, 용도에 따라 빼기도 하고 더하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