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방송이 언론자유도가 높은 이유

알자지라 방송국이 카타르에 있던데 카타르가 아무래도 왕국이다보니 자유도가 높진 않잖아요.

그런데도 알자지라 방송국이 자유도가 높은 이유가 있나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황령산이여입니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뉴스 매체는 단연 위성방송 ‘알자지라(Al Jazeera: 반도라는 뜻)’다. 1996년 11월부터 전파를 쏘아 올린 알자지라는 조그마한 토후국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거점을 두고 있다. 카타르의 면적은 1만 1,000㎢이며, 인구는 53만 명이다.


      99년 7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알자지라는 출범 30개월 만에 22개의 아랍국가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채널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집트 카이로의 빈민가에서부터 알제리의 유흥가는 물론 사막 유목민들의 이동텐트에서까지 알자지라를 수신하기 위한 위성안테나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으며, 위성 안테나를 금지시키고 있는 이라크에선 방송녹화 테이프가 시장과 백화점을 통해 대규모로 밀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신문』 2000년 3월 23일자는 알자지라가 미국의 CNN처럼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면서도 자유로운 비판이 생생히 전해지는 토론프로그램을 매 시간대 후반 30분간 집중적으로 방송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중동 각국 지도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여권신장과 아랍의 민주화를 외치는 주장이 가감 없이 그대로 이슬람 가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시청률이 40%를 넘는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중동 각국 정부들이 거센 반발을 보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집트 국영방송은 ‘알자지라는 섹스·종교·정치를 혼합시키고, 센세이셔널리즘을 가미한 저질 방송’이라는 광고까지 내보내며 그 영향력 확대 저지에 안간힘을 쓸 지경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알자지라를 견제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아부다비에 뉴스 방송사를 설립, 고액 봉급의 전문가를 끌어들여 세계 각국에 특파원으로 파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방송 내용에 자유가 없었기 때문. 또 사우디 등은 알자지라의 방송 내용을 방관하고 있는 카타르 정부에 대해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알자지라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중동 지역 유명 앵커와 기자가 속속 모여들어 200여 명 방송국 직원 중 카타르인은 몇 명에 불과하게 됐다. 중동의 다국적 언론인이 모인 ‘언론자유 혁명기지’로 탈바꿈한 셈. 그 덕분에 이 방송은 아랍권의 다른 방송이 넘보기 어려운 품질과 권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방송이 자리한 카타르 정부도 ······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비판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 ‘알자지라는 민간 상업방송일 뿐’이라는 것이 공식 반응이다. 자유를 무기로 한 알자지라가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중동 지역에 민주화의 태풍을 몰아넣을 수 있을지 주변에선 주목하고 있다.”


      알자지라의 시청 범위 내에 있는 국가들은 알자지라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 외교관들은 알자지라가 개국한 이래로 아랍 각국 정부로부터 수백 건이 넘는 공식적인 항의 서한을 받았다. 알제리에선 정부가 주요 도시들의 전원을 완전히 끊어 버린 적도 있었으며,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팔레스타인·모로코·요르단 등지에선 알자지라의 지방 사무실이 폐쇄되기도 했다.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등 군사정권들은 알자지라의 활동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이 거셌다. 1999년 사우디아라비아는 광고를 끊는 등 압력을 가했으며 사우디 출신 알자지라 직원에게 알자지라를 떠나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또 모든 커피숍에서 위성방송 방영을 금지시켰다.


      왜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타르는 알자지라를 후원하고 있는 걸까? 중동 지역의 연간 위성방송 광고 수입 총액은 약 5억 달러 정도인데, 카타르 정부는 알자지라를 위해 매년 1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2004년 알자지라의 운영예산 1억 2,000만 달러 가운데 4,000~5,000만 달러를 카타르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출의 90%를 석유에 의존하는 카타르는 많은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어서 그 정도 부담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겠지만, 주변국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카타르의 국왕 셰이크 하마드는 1971년 영국의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45세이던 1995년 6월 아버지가 스위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동안 정부를 무혈 쿠데타로 장악한 인물이다. 그는 96년 12월 아버지와 로마에서 만나 정식으로 왕위를 계승받았다. 그는 집권 후 언론 검열 중단, 여성 교육 강화, 선거 실시 등 파격적인 개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카타르 정부의 알자지라 후원이 설명되지 않는다. 전 카타르대학 언론정보학과 과장이었던 모하메드 아라파는 “카타르의 집권자들은 알자지라를 국가 대외 선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는 카타르 정부의 국내 정책은 소홀히 다루며 카타르 정부의 추한 면은 아예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타르 정부가 말을 듣지 않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2년 알자지라의 국내 활동을 금지했으며, 알자지라에 맞서는 알아라비아 방송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재정 지원을 했다.


      『한국일보』 2003년 2월 20일자에 따르면, “아랍권에서 두 번째 뉴스 전문 위성 TV 방송인 ‘알아라비아’가 20일 방송을 시작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 두바이에 본사를 둔 알아라비아 방송은 20일부터 하루 12시간 방송을 시작해 3월 3일부터는 24시간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사 관계자는 ‘뉴스 전문 위성 방송으로 카타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알자지라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송은 파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처남이 소유한 ‘중동 뉴스’ 계열사이며 사우디, 쿠웨이트, 레바논 등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3억 달러를 유치했다.”


      그러나 알아라비아는 알자지라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알자지라는 2003년 3월 19일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최초로 보도했다. 미국의 CNN은 취재진 250여 명과 경비 3,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미군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받았지만 현장접근을 하지 못한 채 알자지라 화면을 받아 송출해야만 했다.

      2003년 4월엔 아랍 지배층의 광고 탄압 사건이 벌어졌다. 영국 BBC의 4월 7일 보도를 소개한 『한겨레』 2003년 4월 9일자에 따르면, “알자지라 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인사들을 회견한 내용을 내보내 걸프 지역 광고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이 나라의 심기를 꼬이게 했다. 요르단과 쿠웨이트, 이란 등도 소속 기자의 출입을 금지했다. 한 광고대행사는 ‘기업들은 윗분(정부)들을 화나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광고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1996년 카타르 국왕으로부터 1억 5,0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설립된 방송은 지난해부터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큰 손실을 기록해 국왕으로부터 또 돈을 받았다. 다른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국왕이 언제까지 돈을 댈지는 미지수다. 알자지라 쪽은 ‘아랍 지배층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며 ‘그들은 사람들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고 이를 표현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방송의 바그다드 사무소는 8일 미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2003년 5월 27일 알자지라의 사장이 해임되었다. 이라크전 발발 전부터 후세인과 밀착 의혹 때문에 서방언론의 비난이 쏟아진 이후 취해진 조치였다.


      미국은 알자지라 등 중동 지역의 기존 방송매체를 견제하기 위해 가칭 ‘중동 TV 네트워크’라는 아랍어 위성방송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뉴스위크』 2003년 4월 9일자에 따르면, “수개월 동안 미국 정부는 대규모 홍보전을 준비해 왔다. 미 국방부가 아랍권 특파원들을 포함한 각국 기자들에게 종군취재를 허락하고 폴 울포위츠 부장관 등의 고위간부들이 알자지라 기자들을 술과 음식으로 푸짐하게 대접한 것도 그런 목적에서였다. ······ 지금까지 미 국방부는 알자지라와 협력하려 노력해 왔다. ······ 그러나 그것도 소용없다. 알자지라는 이라크 관리들의 발언은 사실로 보도하면서 미 당국자들의 발언은 ‘주장’이라고 보도한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표현 앞에는 항상 ‘이른바’라는 단어가 붙고, 화면 하단에는 계속 이라크 민간인 사상사 수를 알려 주는 자막이 흐른다. 지난주에 있었던 럼즈펠드의 기자회견을 방영하면서 알자지라는 화면을 반으로 갈라 한쪽에는 부상으로 이라크의 병원에 누워 있는 소녀의 모습을 비췄다.”


      이와 관련, 미국의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이번 이라크전에서 진짜 전쟁과 함께 세계가 ‘인식의 전쟁(War of Perception)’을 치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제까지 미국 언론이 전하는 전쟁만 인식해 왔던 시청자들이 아랍 언론이 전하는 전혀 새로운 인식을 접하면서 전쟁의 성격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잡지도 창간했다. 2003년 7월에 창간호를 낸 『하이』는 5만 부가 인쇄돼 아랍 15개국에서 1.95달러에 판매되었다. 중동 지역의 18~35세 젊은층을 겨냥해 미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잡지였다.


      2004년 이라크의 미군 당국과 임시정부도 알자지라의 바그다드 지국을 폐쇄했다.


      『뉴욕타임스』 2005년 1월 30일자는 알자지라를 후원하고 있는 카타르 정부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이 방송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04년 여름 그루지아에서 열린 중동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한 정상회의에 카타르를 초청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알자지라 방송과 관련한 카타르 정부에 대한 압력의 하이라이트였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쪽에선 중동에서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2005년 4월 18일 이란 정부는 “알자지라가 이란 내 아랍계 소수민족을 자극하고 있다”는 이유로 알자지라의 테헤란 지국 폐쇄 명령을 내렸다. “지난 주 이란과 이라크의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아랍인과 이란 경찰 간의 대치상황을 지나치게 과장 보도했다”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이란 경찰이 아랍계 소수민족의 권리확대 시위를 지나친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고 수차례 보도했었다.


      이제 3,500만 명의 시청자를 갖게 된 알자지라가 중동 정권들과 갈등을 빚는 것은 사건 보도와 분석 때 여과 없는 장면과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에도 침투하고 있는 인터넷 혁명은 중동 국가들의 정보 봉쇄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 이에 대한 화풀이마저 알자지라에게 쏟아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출처 : 세계문화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