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수학은 발명된건가요 발견된건가요?

질문 그대로입니다 예를 들어 0이라는 숫자가 생겼는데 이건 발명인가요? 공식 같은 거도 원래 있던 걸 사람들이 찾아낸 건거요 아님 발명한 건가요

1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이수민 전문가입니다.

    이 질문은 수학자와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답을 못 내고 지금도 논쟁 중인 주제예요. 그만큼 양쪽 다 만만치 않은 근거가 있어서,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요. 양쪽 입장을 짚어드릴게요.

    발견이라고 보는 쪽은 수학적 진리가 인간과 무관하게 원래부터 존재한다고 봐요. 우리가 만들기 전에도 1 더하기 1은 2였고, 원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인 파이는 우주 어디서나 같은 값이었다는 거예요. 외계 문명이 있다면 기호는 다르게 쓰더라도 소수나 피타고라스 정리 같은 건 똑같이 발견했을 거라는 논리예요. 인간은 그저 이미 존재하는 진리를 찾아낸 탐험가일 뿐이라는 입장이죠. 플라톤이 이런 생각의 대표 주자라 이 관점을 수학적 플라톤주의라고 불러요.

    발명이라고 보는 쪽은 수학이 인간이 만든 언어이자 도구라고 봐요. 숫자도 기호도 규칙도 전부 사람이 약속해서 정한 거라는 거예요. 예로 드신 0이 좋은 사례예요. 0은 아무것도 없음을 숫자로 다루자고 인류가 발명한 개념이거든요. 고대 문명 중에는 0이 없어서 큰 수 계산에 애를 먹은 곳도 많았어요. 음수나 허수도 처음엔 말이 안 된다고 거부당하다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거고요. 이렇게 보면 수학은 인간이 세상을 설명하려고 발명한 정교한 게임이라는 거예요.

    흥미로운 건 많은 수학자들이 이 둘을 섞어서 본다는 점이에요. 개념을 표현하는 기호와 방식은 분명히 발명이지만, 그 기호가 가리키는 관계나 진리 자체는 발견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0이라는 기호와 이름은 인간이 발명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걸 다뤘을 때 성립하는 규칙들은 원래 그랬던 거라고 보는 거예요. 공식도 마찬가지로 표기법은 발명이되 그 공식이 담고 있는 수학적 사실은 발견이라는 관점이에요.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 오히려 자유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예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수학이 신기할 만큼 자연을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사실이에요. 순수하게 머릿속에서 만든 것 같은 수학이 나중에 물리 현상에 딱 들어맞는 일이 계속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발명이라기엔 너무 잘 맞고 발견이라기엔 너무 인위적인, 묘한 위치에 있는 게 수학이랍니다. 어느 쪽이 더 와닿으시는지 생각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