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군 아동·청소년은 “문제 행동이 없어서 괜찮아 보이는 아이들”이 아니라, 고통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도움 요청을 포기한 집단으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처럼 담임교사 관찰, 상담 신청, 문제 행동 발생 후 개입에 의존하면 놓치기 쉽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 선별과 반복 관찰입니다. 국내에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가 있지만, 특정 학년에 한정된 검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울, 불안, 자해사고, 수면, 결석, 성적 급락, 또래관계 변화, 온라인 고립 신호를 짧은 설문으로 정기 확인하고, 결과가 애매해도 “관찰군”으로 두어 2차 면담을 연결해야 합니다. 미국 소아청소년 우울증 진료지침도 12세 이상 청소년의 정기 우울 선별, 위험군 확인, 보호자·청소년 면담, 안전계획 수립을 권고합니다.
두 번째는 학교 안에 낮은 문턱의 접근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상담실에 오라”가 아니라 보건실, 담임, 상담교사,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가 연결된 단일 경로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교사나 보호자가 “걱정 신호”를 올리면 평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WHO도 청소년 정신건강 개입은 학교, 의료기관, 지역사회,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치료를 중증도별로 나누는 것입니다. 경도는 심리교육, 수면·생활 리듬 회복, 학교 적응 조정, 부모 상담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중등도 이상이거나 자해사고, 등교 거부, 식사·수면 붕괴, 기능 저하가 있으면 전문 평가와 정신치료, 필요 시 약물치료까지 연결해야 합니다. 특히 자살사고가 의심되면 “괜찮겠지”로 지켜보는 단계가 아니라 즉시 안전평가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아이에게 “말해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발견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침묵군을 구하는 안전망은 검사 하나가 아니라 정기 선별, 교사 관찰, 보호자 교육, 익명 도움 요청, 신속한 전문 연계, 치료 후 추적관찰이 이어지는 구조여야 합니다. 현재 체계는 출발점은 있으나,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검사 주기와 사후관리 밀도를 더 촘촘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