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을 켜고 쓰신다는 그 한 줄이 사실상 기종을 결정합니다. 이 조건에서는 해상도보다 밝기가 먼저예요. 풀에이치디든 사케이든 밝기가 모자라면 화면이 뿌옇게 떠서 해상도 차이가 아예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밝기부터 잡고 해상도를 나중에 보시는 게 순서입니다.
숫자를 보실 때 주의하실 게 하나 있습니다. 광고에 적힌 루멘과 안시 루멘은 다른 값입니다. 안시가 안 붙은 숫자는 부풀려 적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시려면 반드시 안시 루멘 기준으로 보셔야 합니다. 제조사가 안시를 안 적어두었다면 그것부터 걸러도 됩니다.
기준선은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커튼을 치고 어둡게 보실 거면 천에서 천오백 안시로 충분하고, 거실 조명을 켠 채로 보시려면 최소 이천오백에서 삼천 안시는 필요합니다. 삼천 안시를 넘기면 낮에 커튼 없이도 볼 만해집니다. 질문하신 조건이면 이천오백 아래는 후보에서 빼시는 게 좋습니다.
제품군은 엡손이나 벤큐, 뷰소닉의 중저가 라인이 무난합니다. 특히 엡손 쪽이 쓰는 삼엘시디 방식은 흰색 밝기와 컬러 밝기가 같게 나와서, 같은 안시 숫자라도 밝은 방에서 색이 덜 바래 보입니다. 어두운 방에서는 티가 잘 안 나지만 조명 아래에서는 이 차이가 꽤 큽니다.
그리고 기기만큼 중요한 게 스크린입니다. 흰 벽에 그냥 쏘면 빛이 사방으로 퍼져서 대비가 무너집니다. 정면 반사율을 높인 스크린을 쓰면 같은 프로젝터로도 체감 밝기가 확 올라가요. 프로젝터 등급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싸게 같은 효과를 봅니다.
설치 조건도 미리 재보시길 권합니다. 소파에서 벽까지 거리와 원하는 화면 크기를 먼저 정하고, 그 조건에 맞는 투사비를 가진 기종을 고르셔야 합니다. 거리가 안 맞아서 사다리꼴 보정으로 억지로 맞추면 화면 가장자리가 흐려지고 해상도도 깎입니다.
정리하면 안시 이천오백 이상, 밝기 표기가 정직한 기종, 그리고 스크린 하나. 이 세 가지면 조명 켠 거실에서도 충분히 볼 만합니다. 예산이 빠듯하시면 프로젝터 등급을 한 단계 낮추더라도 스크린은 챙기시는 편이 결과가 낫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