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으로 눌렀더니 충전등이 들어왔다는 대목이 사실 이 문제의 답을 거의 다 알려주고 있어요. 손톱은 케라틴이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입니다. 그러니까 손톱으로 눌러서 켜졌다면 어딘가로 전기를 흘려 넣으신 게 아니라, 순전히 누르는 힘으로 떨어져 있던 접점을 잠깐 붙여준 겁니다.
그래서 이건 켜는 방법을 찾으신 게 아니라 고장 난 자리를 찾으신 거라고 보는 게 맞아요. 서브보드는 충전 단자로 들어온 전기를 메인보드로 넘겨주는 다리 역할만 하는데, 그 다리 어딘가가 평소에는 떠 있다가 누를 때만 붙는 상태라는 뜻이거든요.
의심할 자리는 크게 셋입니다. 서브보드와 메인보드를 잇는 얇은 필름 케이블의 커넥터가 덜 물려 있는 경우, 그 커넥터 발이나 충전 단자 납땜에 실금이 가서 평소엔 떠 있는 냉납, 그리고 배터리 커넥터 자체가 들뜬 경우예요. 셋 다 누르면 붙고 떼면 떨어집니다.
구분하는 방법도 간단해요. 누르고 있는 동안에만 충전등이 켜지고 손을 떼는 순간 꺼지면 접촉 문제가 거의 확실합니다. 반대로 한 번 꾹 눌러준 뒤에 손을 떼도 계속 충전이 이어지면, 배터리가 과방전돼서 잠겨 있던 보호 회로가 풀린 쪽에 가깝습니다.
다른 메인보드도 이 방식으로 켤 수 있냐고 물으셨는데, 그건 통하지 않습니다. 멀쩡한 보드는 같은 자리를 눌러도 아무 변화가 없어요. 만약 눌렀더니 반응이 생긴다면 그 보드도 똑같이 접점이 떠 있다는 뜻이니, 되는 방법을 찾은 게 아니라 같은 고장을 하나 더 발견한 셈입니다.
다만 조심하실 게 하나 있어요. 손톱이라 다행이었지 핀셋이나 드라이버처럼 금속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동시에 건드리면 그 순간 단락이 납니다. 배터리 쪽은 전류를 막아주는 게 사실상 없어서 기판 배선이 타거나 보호 소자가 죽어버려요.
근본 해결은 눌러주는 게 아니라 붙여주는 쪽입니다. 커넥터를 한 번 뽑았다가 딸깍 소리가 나게 다시 꽂아보시고, 그래도 같으면 그 부위 납땜을 다시 녹여 붙이는 재납땜이 필요합니다. 누른 채로 계속 쓰시면 뜬 접점에서 미세한 불꽃이 튀면서 오히려 더 타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