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언젠가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요?
20대 중반으로 접어든 여자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정말 가슴 시리게 서로 어릴적 부터 굉장히 오래 좋아했던 첫사랑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 후로 몇년을 방황하다가 운명같이 서로 첫눈에 반해 사귀게 된 남자가 있습니다.
서로 모든게 서툴렀고 성격 차이와 반복되는 상대방의 신뢰가 깨지는 행동들로 인해 1년 반 가량의 연애를 5개월 전에 끝냈습니다. 헤어질 당시에는 제가 싫어하는 행동을 또 하는 상대방의 모습에 관해 싸우다가 상대방이 지쳤다며 저를 찬 상황이었습니다.
군대에 입대한지 3개월 만에 저를 만나 군대 전역까지 제가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고 전역 10일만에 헤어졌습니다.
객관적인 상황을 본다면 상대방이 정말 쓰레기가 맞습니다. 하지만 서로 정말 힘들었던 연애인 것도 맞습니다. 저 역시도 더는 못 하겠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들에 스트레스가 극에 치닫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사람과 만나며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극심하게 악화되었고 헤어진 후로 몰라보게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사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만난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저의 결혼상대이길 바랬습니다. 문제 행동만 아니면 모든게 너무 완벽했고 함께 있을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역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삶을 살며 처음으로 결혼 생각이 들었던 여자라고, 다음 생이 있다면 꼭 자기와 결혼해달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났습니다.
아무도 저를 욕할 수 없도록 저는 헤어진 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약 두달을 산속에 들어가 800키로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나를 욕하지 못 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정리를 위해 귀국한 후로 다시 떠나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있습니다. 세계 여행을 다니며 한국에서의 기억들을 억지로 떠오르지 않도록 억누르고 있습니다.
순례길의 마지막 날 스페인에서 한국에 있는 그에게 국제전화를 걸었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 그런지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많이 끊기며 들렸습니다. 마치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밖에서 그에게 무전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제가 너무 그리워 정신을 차리지 못 할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이미 오래 전에 모두 용서했으니 나에게 용서를 더이상 바라지 말고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며 살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산 꼭대기에서 동이 트는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20분간의 통화를 마치면서 저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 한 채, 대답을 듣지 않고 먼저 끊어버렸습니다. 이게 헤어진지 3개월쯤 되었을 때입니다. 그 뒤로 1개월 반쯤 지났고 서로에게 아무런 연락을 더이상 하지는 않았습니다.
겹지인에 의하면 그는 제 이야기를 자주 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저의 관한 안 좋은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는다며, 그리움에 휩싸여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먼저 연락이 오지는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지만요. 종종 그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그 겹지인에게서 안부 연락이 옵니다. 그 문자가 그 이의 목소리로 읽힙니다.
서로 끊은건 인스타 맞팔 뿐입니다. 서로 차단도 하지 않았습니다. 카톡, 스포티파이, 링크드인, 왓츠앱 (저희 둘 다 교포 출신입니다) 모두 그대로입니다. 최근 몇 주 전에는 제 링크드인 이력서를 그 사람이 열람했다는 알림이 떴습니다. 인스타에도 그로 추정되는 염탐 계정이 가끔 뜨기도 합니다. 저와 가장 친한 친구들 몇명과 아직 맞팔을 유지 중인 그는 한참 동안 친구들의 스토리를 차단해놨었는지 몇달 간 보지 않다가 최근 1개월 사이 제 사진이 친구들 스토리에 올라올 때면 몇번씩 다시 보는지 그사람이 자꾸만 위로 뜬다고 합니다. 저는 그의 sns를 염탐하지 않지만 스포티파이로 무슨 노래를 듣는지 종종 들여다봅니다. 그는 언제나 이별 노래를 듣고있습니다.
서로를 아직 못 잊고있네요. 여전히 가슴 속 어딘가에 그 사람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9월 말은 제 생일입니다. 생일에라도 그에게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원망했던 마음 모두 묻어두고 다시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상상 조차 하고싶지 않습니다. 이 생의 마지막까지도 그와 함께 하고 싶었고, 여전히 그러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