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차를 다시 들여다보면 그동안 안 보이던 게 보여서 괜히 불안해지죠. 결론부터 말하면 뉴프라이드 계기판에 시동을 꺼도 누적거리 숫자가 남아 있는 건 정상이고, 고장 신호가 아니에요.
이유는 계기판 구조에 있어요. 그 시절 프라이드의 누적거리와 구간거리는 흑백 액정 창에 표시되는데, 이 액정은 빛을 내는 게 아니라 뒤에서 오는 빛을 가리거나 통과시키는 방식이라 글자를 유지하는 데 전기가 거의 안 들어요. 시동을 끄면 계기판 뒷조명과 바늘 조명은 꺼지지만 액정에 찍힌 숫자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낮에 창문 너머로 보면 숫자가 보이는 겁니다. 반대로 요즘 차들은 컬러 화면이라 시동을 끄면 화면이 완전히 검게 꺼지기 때문에 그 차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전기 소모도 걱정하실 정도가 아니에요. 계기판 액정이 숫자를 유지하는 데 쓰는 전류는 시계나 리모컨 수신부처럼 차가 원래 대기 상태에서 쓰는 전류에 묻히는 수준이라, 이 때문에 방전되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방전 없이 시동이 잘 걸린 것도 그 증거예요.
대신 진짜로 확인해 볼 만한 건 하나 있어요. 밤에 문을 잠근 뒤 계기판에 뒷조명이 켜져 있거나 바늘 조명이 남아 있으면 그건 정상이 아니에요. 그 경우는 계기판 전원이 계속 살아 있는 상태라 문 스위치나 릴레이 문제를 봐야 하고, 이럴 때는 실제로 방전이 생깁니다. 밤에 한 번 확인해서 숫자만 어렴풋이 보이고 조명은 전부 꺼져 있으면 아무 문제 없는 겁니다.
정리하면 액정 특성상 숫자가 남아 보이는 것이니 그대로 타시면 되고, 밤에 조명까지 켜져 있을 때만 정비소에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