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엄마가 노후에 시집살이 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직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지만 고민이 되어 글 써 봅니다.
저희 아빠는 5자식 중 장남으로 60대가 되어 퇴직한 후 농사를 짓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백수라 잠시 할아버지댁에 함께 있구요. 엄마는 아직 직장을 더 다니고 싶어해서 엄마, 아빠는 현재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현재 89로 이제 곧 90대에 접어들 게 되는데요. 할아버지는 이제 농사일은 거의 하지 않으시지만 할머니는 아직 맨날 밭에 나가 오전 정도는 일하고 있으십니다. 나이대에 비해 많이 정정한 편이세요.
그런데 같이 지내다보니 알게 된 건데 할머니가 아직도 자식들의 반찬을 모두 만들어주고 계시더라구요. 매년 모두 함께 만드는 배추 김치랑 명절 음식정도만 챙기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밭에 야채를 심을 때 자식들에게 챙겨줄 것 까지 다 계산해서 토마토, 고추, 열무, 배추, 콩, 옥수수, 등등 아마 20가지 이상을 넉넉하게 심으십니다.
아무래도 고모들과 삼촌은 몸도 예전같지않고 직장인들이라 고추 재배할 때, 모내기할 때, 김장할 때 등등 일손이 부족할 땐 오지만 매주 도와주지는 못하는 상황 입니다.
이제 겨울지나 봄이라 야채가 재배되는데요 보니까 매주 할머니는 자식들의 반찬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도라지 무침, 시금치 볶음, 열무 김치, 씀바귀 무침 등등 산책하다가 캐오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본인이 직접 키워 밭에서 호미로 캐오고 다듬고 데치고 무치는 과정을 거칩니다. 벌써 이번주에는 김치만 3번 만들고 10통 채운 것 같네요. 저도 할머니댁에 머물고 있으니 그때마다 도와드렸구요.
할머니는 지금 지팡이가 없으면 걷기도 힘들고 얼마전에는 감기가 2주가 지나도 떨어지지 않았고 허리가 너무 아파 다리에 쥐가 심하게 나서 잠을 못자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 먹고 해서 겨우 나아진 참 입니다. 근데도 자식들 반찬을 그렇게 만들더라구요.
얼마전에는 할머니가 개떡을 먹고 싶다고 해서 같이 쑥을 한참 캐왔는데 그걸 알게 된 고모들이 개떡 먹고 싶다고 나도 달라고 하더라구요... 아빠는 와중에 나는 절편 먹고 싶다고 그러고... 할머니는 고민하다가 개떡은 직접 쩌야하고 쑥이 더 많이 들어가서 많이 만들기 힘드니 절편을 만들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자식들 다 챙기려면 한두번 정도 쑥을 더 캐와야 합니다.
한번은 아빠가 식사를 하다가 내 와이프 여기 오면 이제 자식들 반찬까지 챙기려 하면 안된다. 할머니도 힘들고 와이프도 힘들다. 그러니 할머니가 왜 안되냐고 반문하시고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식 챙기는 재미를 빼앗으면 안된다 라고 대꾸하시더라구요. 아빠는 그건 그렇네요. 하고 식사를 마저 하셨는데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더라구요.
할머니를 오랫동안 도와드린 건 아니지만 매주 한번씩 자식들 반찬 만들고... 그런 걸 이제 엄마가 하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도 이제 60대인데 갑자기 시부모를 모시는 상황이 힘들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자식들 살림까지 챙겨야 할 수도 있겠구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 했어요.
물론 할머니 자식들도 방문할 때마다 과일이나 고기같은 선물들을 사오고 병원갈 때마다 챙기고 전화도 자주하고 밭일 할 때 일손 모자라면 도와주고 그럼 할머니는 반찬을 챙겨주고... 보기는 아주 좋습니다. 할머니가 존경스럽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본 어떤 가족보다 화목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할머니가 이제 나이를 많이 드셨다는 겁니다... 밭일을 하면서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의지도 돋구고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제 60대가 되어서 시집살이를 시작하게 되는 엄마가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대신해서 할머니 자식들 반찬을 다 만들거라고 생각하면... 딸로써 엄마는 기분이 어떨까 ?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보통 시집살이 보다 난이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모두가 흐뭇해하는 문화에 대해서 아빠가 제대로 선을 그어줄 것 같지도 않아요. 집안일은 아빠는 논 농사한다고 거의 도와주지도 않고요.
제가 미리 과한 걱정을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경우를 보신 적이 있나요 ? 엄마는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아서 오지 못하는 중 입니다. 저는 할머니가 이제 90이면 자식들 반찬은 챙길만큼 챙겼고 그만두는 게 좋지않나... 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그걸 엄청 좋아하세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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