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나 채소는 말씀하신 대로 작황이 큰 몫을 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이 계절가전 쪽에 올라와 있어서인지 저는 오히려 공산품이 더 흥미롭더라고요. 에어컨이나 난방기는 생산량이 일정한데도 계절마다 값이 크게 움직이거든요.
가전 가격을 흔드는 첫 번째는 새 모델이 나오는 주기입니다. 에어컨은 대체로 이른 봄에 신형이 나오는데, 그 직전인 사오월에 지난해 모델을 밀어내느라 값이 내려갑니다. 성능 차이는 크지 않은데 가격만 계단처럼 떨어지는 구간이 생기는 거죠.
두 번째는 물건을 쌓아 두는 비용입니다. 부피가 큰 가전은 창고 자리와 관리 비용이 계속 나가기 때문에, 비수기에 안고 있느니 싸게라도 털어 내는 편이 낫습니다. 팔월 중순을 넘기면 에어컨 견적이 부드러워지는 게 이 이유예요.
세 번째는 설치 인력입니다. 에어컨은 물건값과 설치비가 함께 붙어 다니는데, 한여름에는 기사님 일정이 꽉 차서 설치비도 오르고 대기도 길어집니다. 제품 가격이 같아도 최종 지출이 달라지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계절가전은 한 철 지나서 사는 게 정석처럼 통합니다. 다만 함정도 있어요. 비수기 특가로 풀리는 물건 중에는 단종을 앞둔 모델이 섞여 있어서, 몇 년 뒤 필터나 부품을 구하기 번거로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품 쪽도 수요와 공급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저장 기술이 값을 크게 갈라놓거든요. 사과처럼 저온 저장이 잘 되는 작물은 일 년 내내 가격이 완만한데, 저장이 어려운 잎채소는 며칠간의 날씨만으로도 두세 배가 뜁니다.
정리하면 농산물은 날씨와 저장성이, 공산품은 출시 주기와 재고 부담이 값을 흔듭니다. 사려는 물건이 둘 중 어느 쪽인지만 봐도 언제 사는 게 유리한지 대충 감이 잡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