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요즘에는 절대로 코끼리 상아로 당구공을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상아로 만든 당구공을 유통하거나 사용한다면 전 세계적인 불법입니다.
<요즘 당구공은 무엇으로 만드나>
현재 전 세계 당구공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표준 재질은 '페놀 수지'라는 특수 플라스틱입니다.
벨기에의 아라미스라는 회사가 이 분야의 독점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현대의 페놀 수지 당구공은 상아보다 훨씬 균일한 밀도를 가지고 있고, 수만 번을 부딪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며, 완벽한 구형을 유지합니다. 즉, 품질 면에서도 이미 상아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왜 상아를 안 쓰게 되었을까?>
과거 19세기(1800년대)까지만 해도 실제로 코끼리 상아를 깎아서 당구공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잔혹한 환경 파괴: 코끼리 한 마리를 잡아서 상아를 얻어도, 겨우 당구공 4~5개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당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죠.
상아 자체의 결함: 상아는 천연 소재이다 보니 습도나 온도에 따라 변형이 생기고, 중심축이 미세하게 틀어져 공이 똑바로 구르지 않는 일이 잦았습니다.
국제적 금지: 결정적으로 1989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를 통해 상아의 국제 거래가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1860년대에 미국의 한 당구공 제조업체가 "상아를 대체할 소재를 개발해 오면 1만 달러(현재 가치로 수억 원)를 주겠다"라는 현상공모를 걸었습니다.
이때 발명된 것이 인류 최초의 천연 플라스틱 계열인 '셀룰로이드'입니다. 초기 셀룰로이드 당구공은 강하게 부딪치면 간혹 폭발(?)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퇴출당했지만, 이 연구가 발전하여 오늘날 우리가 쓰는 안전하고 완벽한 페놀 수지 당구공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