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고려청자의 신비로운 비색은 태토와 유약 속에 포함된 약 1%에서 3% 내외의 미량의 철분이 가마 내부의 특수한 화학 반응을 거치며 완성됩니다. 핵심은 가마 안의 산소 공급을 조절하여 유도하는 환원 번조 과정에 있습니다.
가마의 온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산소 공급을 차단하면, 연료가 연소하기 위해 주변의 산소를 빼앗아 가려는 성질이 강해집니다. 이때 유약과 태토 속에 포함된 산화철에서 산소 원자가 분리되는 환원 반응이 일어납니다. 원래 산소와 결합하여 붉은색이나 갈색을 띠던 3가 철 이온이 산소를 잃고 2가 철 이온 상태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2가 철 이온은 빛의 특정 파장을 흡수하고 산란시키는 과정에서 푸른색과 녹색 사이의 은은한 빛깔을 내뿜게 됩니다. 여기에 유약의 주성분인 규산염과 석회 성분이 고온에서 녹아 유리질 층을 형성하면서, 빛이 유약 층을 통과하고 반사되는 굴절 효과가 더해집니다. 이 과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비로소 맑은 가을 하늘이나 비취색에 비유되는 깊이 있고 투명한 비색이 구현됩니다.
만약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는 산화 번조가 일어났다면 철 이온은 3가 상태를 유지하여 청자가 아닌 누런색이나 갈색을 띠게 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려청자의 비색은 흙 속의 철분이라는 불순물을 고도의 불 조절 기술을 통해 아름다운 색채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토의 철분 함량과 가마 내부의 환원 상태, 그리고 유약의 투명도가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천 년의 색이라 불리는 비색이 탄생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