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은 원칙적으로 왕이 살아 있을 동안 편찬하지 않고 승하 후 다음 왕 때 편찬합니다. 따라서 왕도 재위중에서 열람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 원칙이 완벽하게 지켜진 것은 아니어서, 재위 중인 왕의 주도로 수정된 사례와 후대 정치 세력이 수정한 사례가 모두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세종입니다. 세종은 1442년(세종 24년)에 이미 완성된 태조·정종·태종 실록의 일부를 수정하게 했습니다. 특히 정도전의 난과 박포의 난 관련 기사에 착오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는 세종이 태종의 아들이지 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다만 조선 후기처럼 실록 전체를 새로 편찬한 ‘수정실록’과 달리, 세종대의 사례는 부분 수정에 가깝습니다.
후대에는 왕대가 끝난 뒤 정치 상황에 바뀌면서 실록 자체를 다시 편찬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조수정실록은 광개군 때 편찬한 선조실록을 인조반정 뒤 서인이 수정한 것이며, 현종개수실록은 경신환국 이후 서인이 남인 편찬한 현종실록을 편찬한 것입니다. 그리고 경종개수실록은 소론·노론 갈등과 신임사화 평가를 둘러싸고 새로 편찬한 것입니다.
즉, 재임 중인 왕이 직접 자기 실록을 고친 경우는 제한적이지만, 세종이 태조·정종·태종 실록을 수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후대에는 정치 세력 교체에 따라 선조·현종·경종 실록이 수정 또는 개수되었고, 이는 실록이 정치적 정당성 서사에도 활용될 수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