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스쿠버 다이빙에서 깊은 수심으로 내려갈수록 수압이 높아지면 헨리의 법칙에 따라 호흡 가스 중 많은 양을 차지하는 질소가 혈액과 체내 조직에 더 많이 용해됩니다. 그런데 질소는 물에 비해 기름, 즉 지질에 대한 용해도가 매우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와 척수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표면은 지질 쌍인지질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압 환경에서 체내로 과다하게 흡수된 질소 분자들은 이 높은 지질 용해도 때문에 신경세포막으로 빠르게 침투하여 축적됩니다.
지질층에 기체 분자들이 끼어들면 세포막이 물리적으로 팽창하거나 구조가 미세하게 변형됩니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 간에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이온 통로의 기능이 억제되거나 교란되면서 뇌의 신호 전달 시스템이 둔화됩니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가 마치 술이나 마취제에 취한 것과 같은 판단력 저하, 운동 능력 상실,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질소 마취 현상입니다. 보통 수심 30미터가 넘어가면 다이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해집니다.
트라이믹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호흡 기체입니다. 마취의 원인이 되는 질소의 비율을 낮추는 대신 지질 용해도가 극도로 낮은 헬륨을 섞어 넣은 것입니다. 헬륨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불활성 기체이면서 지질에 거의 녹아들지 않기 때문에, 높은 압력 속에서도 신경세포막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아 마취 현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라이믹스는 질소의 높은 지질 용해도로 인한 마취 위험을 상쇄하여 깊은 바다에서도 다이버가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