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정해두고 모델부터 찾으시는 마음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이 가격대에서 삼사 년 뒤에 답답해지는 이유는 대부분 시피유가 아니라 램하고 화면이더라고요. 그래서 모델 이름보다 사양표에서 뭘 확인해야 하는지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램은 16기가를 기준으로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요즘은 브라우저 탭 열댓 개에 화상회의 하나만 겹쳐도 8기가로는 모자라서 저장장치를 임시로 끌어다 쓰는데, 이때 생기는 버벅임이 흔히 말하는 노트북 느려짐의 정체입니다.
더 중요한 건 그 램을 나중에 늘릴 수 있느냐입니다. 상세페이지에 온보드라고 적혀 있으면 메인보드에 붙여 나온 거라 손을 못 댑니다. 반대로 슬롯이 하나 비어 있는 모델이면 몇 년 뒤에 몇만 원으로 수명을 늘릴 수 있어요. 같은 값에서 제일 크게 갈리는 게 이 한 줄입니다.
화면도 꼭 보세요. 문서작업은 하루 종일 글자를 들여다보는 일이라 패널이 아이피에스인지, 해상도가 풀에이치디인지, 밝기가 250니트 이상인지가 눈의 피로를 좌우합니다. 밝기를 아예 안 적어둔 제품은 대체로 낮은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장장치는 512기가로 가시고, 여유 슬롯이 하나 더 있는지도 같이 보세요. 나중에 사진이나 영상이 쌓일 때 통째로 옮기지 않고 하나 더 꽂으면 됩니다.
시피유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잡으셔도 됩니다. 라이젠 5나 코어 i5 계열이면 한글이나 엑셀, 유튜브는 넉넉해요. 다만 아주 저가형에 들어가는 소형 코어 제품은 영상 재생까지는 되는데 표가 커진 엑셀에서 확 갑갑해집니다.
저도 예전에 가격만 보고 램 8기가 온보드 제품을 샀다가 이 년 만에 갑갑해져서 결국 바꾼 적이 있습니다. 같은 예산이면 시피유를 한 등급 낮추더라도 램 16기가에 화면 좋은 쪽이 훨씬 오래갑니다. 가능하면 매장에서 화면 밝기랑 키보드 느낌은 직접 눌러보고 정하시길 권해요.